중국말에 "勝者爲王, 敗者爲寇"란 말이 있다. 즉 "이기면 '왕'이요, 지면 '도적'이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정말 의미있는 말로, 특히 역사에서 이 말의 뜻을 잘 음미하고 과연 역사를 어떻게 기술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음을 느낀다. 역사를 보면 난세에는 소위 말하는 영웅호걸들이 천하의 패권을 다툰다. 그 중 누군가가 승자가 되고 나머지는 패자가 되는데, 이런 역사는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서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에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즉 방법이 어땠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과연 방법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이것은 승리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역사가 이렇게 기술된 이유는 승자는 왕이 되어 정권을 잡고 권력으로 역사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왕이 된 승자는 자신과 주위사람들이 그의 추악한 면을 삭제하고 그를 미화시키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칙"이 되었다. 그래서 왕이 된 사람은 모든 것이 거의 우상화되고, 심지어 신격화되어 아름다운 포장지로 다시 재포장되어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반면에 패자는 단지 그가 패자라는 결과 만으로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취급되었다. 사실 패자가 승자보다 더 인간적이고 바른 사람이었으며,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에게는 운이 안 따랐을 수도 있다. 또한 비열한 방법으로 남을 해치기를 원하지 않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실패했다는 결과 만으로 그의 모든 것을 거의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역사의 일면이다. 과연 이처럼 "결과론"적으로 역사를 기술하다 보니 "이기면 '왕'이요, 지면 '도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누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고 한다.
역사에서는 항상 성공한 사람을 부각시키고 미화시켜 왔다. 그래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그런 노력이 올바른 방법과 정당한 경쟁이 아니라는 점과 사회가 보편적으로 그렇게 변했다는 점이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은 승자가 되기 위해 철저한 개인주의로 나만 잘되면 된다는 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남의 생사에 무관심한다는 것은 결국 남의 잘 되는 일에 자신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남을 희생시키며 성공하는 것이 과연 가장 올바른 방법인지?
이것이 그 동안 역사가 "이기면 '왕'이요, 지면 '도적'이다"라는 점을 가르친 결과가 아닐까! 이렇듯 지난 날의 역사는 우리 사회를 서로가 이해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사회가 아닌 서로를 죽이는 사회를 만들었다. 때문에 역사에서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을 빼고 결과 만으로 논한다면 결국 밥을 쌀을 논하지 않고 말하는 격이다. 그렇게 되면 마치 도시에서만 자란 학생들이 쌀이 나무에서 자르는 줄 아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즉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없게 된다.
역사는 우리 삶에 양식을 주는 지혜의 창고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동안 창고 속의 보관된 많은 보물 중에 너무나 금에만 집착해 왔다. 사실 창고 안에는 금 외에 은, 동 등 많은 보물이 있고, 그보다 더 귀한 보물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 왔다. 금이 인기있고 비싸다고 나머지 보물을 저버리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창고 속의 금 만을 꺼내 자랑하는 것보다 다른 보물을 같이 꺼내 금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역사에서 절실하다고 본다. 더욱이 성공과 아울러 실패를 교훈삼아 실패를 막는 것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