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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대첩 기념비 깨지고 발해 왕궁 터는 콩밭으로
북경시간: 2006-10-02 06:48:56 
 
중국이 고구려.발해 등을 한국 고대사에서 떼어내 자국사에 왜곡 편입 중인 동북공정으로 인해 동북 3성(만주) 일대 항일 독립운동 유적의 발굴.보존 작업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의 한민족 항일 유적지가 대거 발굴돼 새로 단장될 경우 한국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중국의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현지 역사학자들의 분석이다.

반면 발해를 고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강변하면서 중국이 유적을 적극 보호한다고 외부에 선전해온 것과 달리 무관심 속에 방치해온 것으로 지난주 본지의 현장답사 결과 밝혀졌다.

◆ 중국 간섭 심해져=흑룡강성(黑龙江省:헤이롱쨩성) 해림시(海林市:하이린쓰)에는 지난해 10월 5000평 규모의 '한중우의공원(韩中友谊公园:한쫑이어우이꽁위엔)'이 완공됐다.

이 공원은 당초 '백야(白冶) 김좌진 장군 기념관'으로 조성 공사가 추진됐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 때문에 전혀 엉뚱한 이름을 달고 말았다.

완공 뒤 1년 가까이 지난 최근까지도 공원 단장이 지지부진하다.

전시물 하나까지 중국 측의 간섭과 감시가 심하기 때문이다.

해림시(海林市:하이린쓰)에서 약 10㎞ 떨어진 산시현(山市县:싼쓰씨엔)에 위치한 김좌진 장군 순국 장소는 중국 측이 지금도 출입자를 감시할 정도다.

길림성(吉林省:찌린성) 용정(龙井:롱찡)에서 만난 한 중국동포 역사학자는 이에 대해 "고구려.발해 등 고대사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사까지 동북공정이 압박하고 있다"며 "새로운 독립 유적지 발굴뿐 아니라 기존 유적을 단장하고 보수하는 일조차 간섭과 제약이 심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길림성(吉林省:찌린성) 화룡시(和龙市:허롱쓰) 부흥향(富兴乡:푸씽썅) 청산리에 있는 '청산리 항일 대첩 기념비'는 현재 상석 좌측면 5~6m와 전면 10여m가 훼손됐다.

경계석은 거의 절반 이상이 무너져내렸다.

상석에 쓰인 '기념비'란 세 글자는 지워져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중국 측의 견제에 우리 측의 무관심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국내 민간 참관단이 '청산리 항일 대첩 기념비'의 훼손 실태를 처음 보고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그러나 이번 취재 결과 훼손 상태가 그때보다 더 심해졌다.

석비의 상부에서 돌조각이 떨어질 정도여서 기념비로 올라가는 계단에 '위험한 곳이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쓰인 경고판이 들어섰을 정도다.

해림시(海林市:하이린쓰)에서 50여㎞ 떨어진 산시현(山市县:싼쓰씨엔) 신흥촌(新兴村:씬씽춘) 김좌진 장군의 옛 묘소 옆에는 '김좌진 장군 묘지 옛터(金佐镇将军墓地遗址:찐쭈어쩐쨩쮠무띠이즈)'란 푯말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 풀숲에 가려져 있었다.

◆ 폐허가 된 왕궁터=발해 유적도 방치돼 폐허로 전락하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발굴을 발표한 흑룡강성(黑龙江省:헤이롱쨩성)의 발해 왕궁이 있던 상경용천부(上京龙泉府:쌍찡롱취엔뿌) 유적 곳곳에는 콩이 재배되고 있었다.

대조영이 일군 해동성국(海东盛国:하이똥썽꾸어)의 영광이 콩밭으로 둔갑해 버린 현장이다.

그러나 정작 놀랄 일은 그 다음부터다.

유적 터 여기저기에 공사판 석재와 비석.우물 등 유적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특히 발해 왕조의 우물 팔보유리정(八宝琉璃井:빠바오리어우이징)은 우물 벽 주변과 계단, 울타리가 군데군데 부서졌다.

지붕도 상당 부분 파손됐다.

5월 새 유적발굴지라고 발표된 우물 뒤쪽의 발굴 현장은 땅만 파헤쳐져 있을 뿐 벌써 몇 개월째 내팽개쳐진 상태다.

길림성(吉林省:찌린성) 화룡시(和龙市:허롱쓰) 외곽에 용해촌(龙海村:롱하이춘)이 있다.

이 마을의 샛길엔 차가 들어갈 수 없다.

걸어서 20분쯤 올라가면 비석 하나가 야산의 풀숲에 숨어 있다.

뭉개진 글씨를 어렵사리 판독하고 보니 '정효공주(贞孝公主:쩐쌰오꽁주)'였다.

정효공주는 발해 제3대 문왕의 넷째 딸이다.

산길을 더 걸어 올라가면 정효공주 무덤이 나온다.

그러나 무덤은 창고처럼 지어진 건물에 갇힌 채 숨도 못 쉬고 있다.

창고 정문을 채운 자물쇠엔 녹이 슬어 있었다.

몇 년간 한 번도 이 문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용해촌(龙海村:롱하이춘) 서쪽으로 가면 옛 신작로 가에 발해 서고성(西古城:쓰구청) 유적이 나온다.

길을 따라 길게 토성 흔적이 남아 있다.

발해 문왕 때 13년간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 토성은 그냥 흙더미처럼 방치돼 있다.

길림성(吉林省:찌린성) 돈화시(敦化市:뚠화쓰) 외곽 육정산(六顶山:리어우딩싼) 기슭에서 산 안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따라 30분쯤 걸어 올라가니 왼쪽 호수에서 낚시가 한창이었다.

호수 맞은편에 자리 잡은 곳이 육정산(六顶山:리어우딩싼) 고분군으로 발해 무덤 80여 기가 분포돼 있다.

그러나 고분의 철제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주민 양괴(杨魁:양퀘이)씨는 "벌써 몇 년째 문이 닫혀 있다"고 말했다.

철문 주변에는 사람 키보다 높게 자란 잡풀이 철문과 담을 에워싸고 있고 담장 안쪽에는 쓰레기가 잔뜩 던져져 있다.

고구려 유적도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림성(吉林省:찌린성) 집안(集安:찌안)에 있는 고구려 옛도읍 국내성(国内城:꾸어네이청) 유적지에는 토성 20여m만 남아 있고, 그나마 주택가 옆 길가에 방치돼 있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심양(沈阳:선양) 총영사관 관계자는 "7월 초 청와대로부터 해외 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목록과 관리 상태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운남성(云南省:윈난성) 곤명(昆明:쿤밍)에서 한국 정부가 개최한 '2006년 중국 내 (한국)유적지 관계자 연석회의'는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 1명, 독립기념관 직원 4명 등을 제외하곤 참석자 대부분이 각 유적지의 중국인 관리인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자료출처:중앙일보)
 
상석 전면과 측면이 부분 훼손되고 글자도 지워진 청산리항일대첩기념비 앞에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발해 옛 도읍지 상경용천부(上京龙泉府) 안에 있는 우물터 팔보유리정(八宝琉璃井)이 군데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발해 도읍지 상경용천부(上京龙泉府) 옛터임을 알리는 표지석과 이곳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오랫동안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채 수풀 속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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