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어, 샤오빙?"
옥환이 하빙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조에 고민이 있으면 같이 풀어보자는 의사가 듬뿍 담겨 있었다. 자신의 일로 인해 적지 않은 고생을 한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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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 이용호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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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몸이 안 좋아. 머리도 좀 지끈거리고"
하빙이 힘없이 웃으며 머리에 가만히 손을 가져갔다. 첫눈에 봐도 안색이 영 말이 아니었다.
"괜히 불러냈나보네. 그럼 그냥 들어가. 조금 있다 만날 분들도 경찰 계통이니까 굳이 네가 없어도 될 것 같애"
"어나야, 괜찮아. 내가 있어야 너한테 조금이라도 힘이 돼.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데, 뭐"
"미안해, 샤오빙…아! 저기 저분들인 것 같은데"
옥환이 멋쩍게 고마움을 표하려다 말고 호텔 로비로 막 들어서는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를 가리켰다. 진징두와 석방장이었다. 둘 모두 얼굴에서 땀이 언뜻 비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아, 덩박사님! 저는 아까 전화를 받은 천징두라고 합니다. 이쪽은 오기자, 아니 재서 그 친구와 절친한 사이이자 너무 뜨거운 세속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활불이 되기를 마다하신 전직 승려이시구"
진징두는 눈썰미 하나는 석방장에 못지 않았다. 로비로 들어서기 무섭게 눈길을 보낸 옥환에게 다가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자세에 그녀가 만나기로 한 주인공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어려 있었다. 석방장도 마음이 편해져 별로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농담까지 하는 진징두에게 눈을 가볍게 흘기다 말고 옥환에게 습관적인 합장을 했다. 둘은 하빙과도 간단하게 수인사를 나눈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 친구 여복 하나는 정말 대단해. 경찰에 체포돼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애처로운 생각이 엄청나게 들더니 이제는 마냥 부럽기만 하네 그려. 안 그렇게 생각하나, 자네?"
진징두의 농담은 끝이 없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석방장에게 짖굳은 내용의 귀엣말을 건넸다. 하기야 손징스의 미모에 놀란 눈이 옥환의 얼굴을 대하게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석방장 역시 진징두의 말이 완전히 틀리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가하게 농담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흰소리는 그만 하라는 뜻으로 진징두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옥환에게 눈길을 돌렸다.
"늦은 시간에 뵙자고 해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촌각을 다툴지도 모른다는 급한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었네요. 그래 상황이 어느 정도로 위급한가요?"
옥환이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갔다. 서두른다고 일이 해결될 것도 아닌데도 어째 마음이 앞서고 있었다.
"우리도 겨우 오늘에서야 그 친구가 둥성파출소에 체포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아직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할지 멍하기만 하네요. 덩박사님 생각은…"
진징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옥환을 쳐다봤다. 향후 대책 마련에 대해 크게 자신 있어 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그의 태도는 사실 이상하다고 하기 어려웠다. 손징스로부터 재서의 행방을 알아내자마자 모처로 소환돼 갔다 부리나케 달려왔으니 본격 대책을 세울 시간이 있을 턱이 없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전화를 걸어와 만나자고 한 옥환의 신분에 대해서도 꽤 궁금해하고 있었다. 말끝을 흐리는 데에서 신상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알려달라는 뉘앙스가 잘 읽히고 있었다.
"아, 그렇기는 하겠네요. 저도 사실은 바로 직전에야 정보 기관 고위직에 근무한다는 저의 집안 삼촌의 친구로부터 그 사람의 소재를 파악했어요. 두분의 연락처도 그쪽에서 받았구요. 저는 그 사람과 독일 유학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제 부친은 베이징시 공안국장이시구요"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