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장을 태운 택시는 야윈춘으로 가는 베이징의 순환도로인 쓰환(四環)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일본계 자본의 백화점인 화탕(華堂)을 지나 안후이(安徽) 빌딩, 티벳호텔등을 거침없이 통과하는가 싶더니 어느덧 야윈춘의 초입에 이르고 있었다. 조금 더 가면 진징두와 옥환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비루쉬안이 보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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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용호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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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정확히 2분후 17년전 열린 베이징 아시안 게임의 선수촌으로 유명한 후이위안(匯園)아파트 앞에 멈춰섰다. 그는 택시에서 내렸다. 어디선가 소슬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화장품인지 여자의 체취인지 모를 자극적인 향내가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비록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완용과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옷에 배인 속세의 냄새일 개연성이 다분했다. 그는 완용이 자신의 계략대로 크게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재차 다지면서 비루쉬안으로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진징두와 옥환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특히 옥환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언제 재서를 의심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석방장이 진징두와 하루 온종일 뛰어다니면서 얻은 각종 정보들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역시 예상대로 재서가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쪽으로 완전 정리되고 있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겠지.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거"
진징두가 고개를 젖혀 찻집의 천정에 눈길을 주면서 중얼거렸다. 무슨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곧잘 보여주고는 하는 그의 버릇이었다. 그건 그에게 재서를 빼내올 절묘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했다.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은 것이 답답한지 얼굴의 희색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제 삼촌에게 한번 말씀드려볼까요?"
옥환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녀도 딱히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이 몹시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아직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봐요. 어쨌거나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또 시간도 많지 않구요"
석방장이 태산이 무너져도 놀라지 않을 평소의 그답지 않게 과감하게 나왔다. 진징두와 옥환의 눈길이 그에게 쏠렸다.
"지금 가서 직접 부딪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지체했다가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천징두의 계급이 둥성파출소 소장보다는 높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네요"
"좋아, 행동 개시!"
진징두는 결단과 행동의 빠르기가 차오양구 공안분국 내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었다. 석방장이 어려운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게 처리해야 해결이 빠르다는 입장을 밝히자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굳게 다문 입과 불끈 감아쥔 두 주먹에서 둥성파출소로 가 재서를 기어이 구해내겠다는 의지가 넘치고 있었다. 세사람은 곧 비루쉬안을 나서 강여사의 차에서 옥환의 전용차로 완전히 굳어진 벤츠 S600에 올랐다.
강효는 옥환이 진징두, 석방장과 함께 둥성파출소로 달려간 그 야심한 시간에 언니 강여사의 집인 즈위산좡 빌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니 강여사가 사전 예고도 전혀 없이 급히 자신을 부른 이유를 너무나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아마도 황징젠의 아버지인 황회장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 호출한 것이 분명할 터였다. 이를테면 강여사는 미인계를 통해 사나이와 이런 저런 인연으로 엮일 경우 그의 도움으로 자신이 처한 현금 유동성 위기를 가볍게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하기야 딸과 동생을 통해 사돈에다 처형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황회장이 강여사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