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재산업은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 돌 캘 곳이 사라지고 임금까지 오르면서 석재산업은 설 땅을 잃고 있다. 이 때문에 석굴암을 만든 석공의 후예들은 삶의 터전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돌 채취에서부터 가공, 무역에 이르기까지 석재 한상의 주무대가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건축현장에서 쓰이는 돌은 십중팔구 중국산이 차지하게 됐다. 석재산업에서도 모진 ‘중국바람’은 불고 있다.
중국 산둥(山東)성의 칭다오(靑島)와 옌타이(煙臺)의 접경에는 다쩌산(大澤山)으로 불리는 돌산이 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이 산은 곳곳이 파헤쳐져 벌집 모양을 하고 있다. 석재를 채굴한 뒤의 흔적이다. 이곳이 중국의 창강(長江) 이북 지역에서는 가장 큰 석재 생산기지가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있는 석재 광산만도 200군데가 넘는다. 이 산을 둘러싸고 칭다오쪽의 핑두(平度)와 옌타이쪽의 라이저우(萊州)에는 석재 가공공장 수천 곳이 들어서 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핑크빛 띤 화강암인 포천석 계열의 돌도 이곳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이 지역에는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석재상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석재광산과 가공에 손을 대며 산둥성의 ‘큰 손’으로 성장한 이들도 적지 않다.
| ◆무너지는 한국의 석재산업=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석재산업은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한국 사람들의 돌 깎는 손재주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는 일본의 석재 수입물량이 넘치면서 한국에서 생산·가공된 석재는 비싼 가격에 팔렸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석재산업은 설 땅을 잃어갔다.
덕양광산 중국본부의 이정웅(李正雄) 사장은 “비싼 임금 때문에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석재 시공에까지 중국기술자를 들여오는 판에 한국 석재산업이 설 땅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
 |
국내에서는 고임금에 더해 석재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재광산과 공장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석재 광산은 이제 손을 꼽을 정도다. 포천석을 생산하는 경기 포천 운천 등 몇 곳을 제외하면 국내에 있는 석재광산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에서 석재 원석을 수입 가공하는 ‘애생’의 김학선(金鶴善) 전무는 “국내 석재상은 모두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석재의 9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 90%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다. 나머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 들어오고 있다. 김 전무는 “국내 석재산업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며 “중국의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한국 석재산업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으로 가는 석재 한상들=석재 한상은 이제 중국으로 옮겨오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석재상은 최소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중국에서 원석 채굴권까지 따내 중국에서의 재기를 꿈꾸고 있다.
중국 산둥성에서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석재광산은 6∼7곳. 가공공장도 6군데 있다. 라이저우에 광산을 개발 중인 덕양광산도 그 중 한 곳이다. 덕양광산은 국내 동성엔지니어링(대표 박승구)이 투자한 광산이다. 이정웅 사장은 “중국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석재 채굴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며 “그럴수록 더 많은 자본을 앞세워 석재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환위기의 한파가 지나간 뒤 2000년 석재사업을 시작한 애생도 중국 내 석재 광산사업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거산석재는 칭다오 핑두에 광산과 가공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석재 한상이 중국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중국이 세계 석재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석재업계에서는 이제 ‘모든 석재는 중국으로 통한다’는 말이 일반화하고 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석재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현재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 광둥(廣東)성의 광저우(廣州)·선전, 랴오닝(遼寧)성의 다롄(大連), 산둥성 핑두·라이저우 등지에 대규모 석재 교역시장이 들어서 있다. 산업을 한데 모아 놓는 집중화 전략 결과다. 특히 샤먼의 경우 중국에서 나는 화강암뿐 아니라 대리석을 비롯한 외국산 석재도 싼 값에 유통된다. 샤먼 석재시장은 터키 이집트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 등 70여개국의 수입·수출상이 300개가 넘는 석재전문 판매장을 열고 있다.
이정웅 사장은 “한 군데만 가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 세계 바이어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경쟁력이 싼 임금과 함께 중국을 세계적인 석재산업기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거산석재의 김경재(金庚在) 사장은 “유럽의 돌을 구하는 석재상도 샤먼으로 갈 정도로 샤먼은 이제 세계적인 석재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 우리나라의 중국석재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칭다오에서 석재 무역을 하는 신광석재의 심은영(沈銀英·여) 사장은 “중국은 한국 건축시장에 석재를 공급하는 최대 공급처로 떠오른 지 오래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며 “중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건축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