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인삼 좋아하기로 소문난 데다 경제 발전으로 부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의 인삼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장을 놓고 국제적인 인삼상들 사이에 한판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백두산 인근에서 나는 중국 동북삼부터 미국·캐나다 계열의 ‘화기삼(花旗蔘)’, 최근 중국의 인삼 장벽을 뛰어넘은 한국의 ‘고려인삼’에 이르기까지 중국시장을 넓히기 위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중국시장을 장악하면 세계시장을 제패한다”는 말은 인삼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베이징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옌샤(燕莎)백화점. 이 백화점 1층에는 중국에서도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중의약 제조·판매업체인 퉁런당(同仁堂)이 있다. 이곳에는 2003년부터 한국의 홍삼이 팔리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와 농협이 철옹성 같은 중국의 수입 장벽을 뚫고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공짜란 없는 법. 얼마 전만 해도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야 했던 한국 홍삼이 중국 수출 길을 튼 것도 퉁런당의 국내 진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 인삼은 이로부터 중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전쟁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와 농협은 창강(長江) 이북에서는 퉁런당, 그 이남에서는 초대형 의약체인인 후칭위당(胡慶餘堂) 매장을 통해 대표적인 인삼 상품인 홍삼을 중국에 뿌리기 시작했다. 국내 민간 인삼가공의 대표주자인 일화도 중국시장 진출에 나설 채비에 들어갔다.
농협 베이징대표처의 이두섭(李斗燮) 소장은 이에 대해 “한국 인삼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 되찾기에 나선 고려인삼=한국의 고려인삼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접받는 인삼이었다. 과거 중국의 고관대작들 사이에는 고려인삼을 최고 선물로 건네는 전통은 최근까지도 유지됐다. 그러나 이 전통은 2000년을 전후해 깨지기 시작했다. 세계 인삼시장을 좌지우지하던 홍콩 상인들이 콧대 높은 한국 인삼을 제쳐두고 값싼 화기삼을 무기로 세계시장 다시 짜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홍콩에 의존해 편하게 중국시장에 인삼을 팔던 한국의 고려인삼은 중국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1990년대까지 만해도 연간 1억달러에 가깝던 인삼 수출은 2002년에 이르러 55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홍콩 수출도 약 3000만달러에서 1000여만달러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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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전쟁에서 패배한 국내 인삼산업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최고 명품으로 여겨졌던 고려인삼은 중국에서는 화기삼, 동북삼과는 달리 ‘고혈압에 나쁜 인삼’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작용을 ‘상화(上火)’라고 하며 고려인삼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인삼상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말에서부터 “고려인삼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최고 인삼이라는 고려인삼의 명예가 중국에서 무너진 만큼 중국에서 되찾아야 한다’는 등의 말을 토해내고 있다. |
고려인삼의 중국 진출은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인삼전쟁=중국에 수출되는 고려인삼 제품은 홍삼에서 홍삼분, 백삼정, 인삼음료, 백삼분, 수삼, 인삼절편, 인삼차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제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홍삼이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중국에 수출된 홍삼은 1538만달러에 이른다. 인삼 제품의 91.7%를 차지하는 규모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베이징 농업무역관의 조학형(趙學亨) 지사장은 “이를 놓고 보면 중국에서의 인삼시장 경쟁은 홍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고가품인 인삼 판매전은 홍보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홍삼의 경우 중국에서 팔리는 큰 캔 한통 가격은 1만3000위안(약 170만원)이 넘는다. 이 같은 가격은 중국 일반근로자의 6∼8개월치 월급과 맞먹는다. 이두섭 농협소장은 “효능 하나 믿고 큰돈을 주고 사는데 효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무슨 수로 인삼을 팔겠느냐”고 말했다. 조 지사장은 “고려인삼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을 바꿔놓지 않으면 시장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농협이 지난해 봄 상하이와 항저우에서 인삼 세미나를 연 데 이어 농수산물유통공사도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대대적인 ‘한국 고려인삼 토론회’를 가졌다. ‘고려인삼이 결코 고혈압에 나쁘지 않으며, 고려인삼에 든 사포닌 성분은 중국의 동북삼·북미 화기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사포닌은 인삼의 다양한 효능을 결정짓는 성분이다. 일화인삼 엑기스를 앞세워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일화도 대대적인 홍보전을 준비하고 있다. 판매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정관장(正官庄)’, 농협은 ‘한삼인(韓蔘印)’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시장 뚫기에 나섰다. 개성인삼조합도 중국에 홍삼을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일화는 중국의 대형 약국체인인 궈야오(國藥)그룹과 손잡고 ‘일화 인삼 엑기스’를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홍삼의 경우 중국의약품관리감독국(SFDA)으로부터 따낸 수출물량은 2003년 한국인삼공사가 1t, 농협과 개성인삼조합이 각각 500㎏이었고, 2004년에는 농협이 5t, 한국인삼공사가 1t에 이른다. 이들 홍삼은 퉁런당과 후칭위당을 통해 중국 전역에 풀리고 있다. 농협은 한발 더 나아가 59개 도시, 150개에 이르는 중국 내 농협 유자차 유통망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