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경쟁력의 요체가 치열한 경쟁이라는 사실은 굳이 구구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강해지거나 이기는 것이 최고의 선이기는 하나 현대 사회에서 그러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경제에 있어서는 경쟁은 아예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라고 해도 좋다.
세계를 목표로 나아가는 중국 경제의 오늘을 있게 한 요인들은 많다. 당연히 각 지방간의 다양한 형태의 경쟁은 이중 가장 중요하게 꼽혀야 할 요인이 아닐까 싶다. 28년전의 개혁, 개방정책 추진과 함께 탄생한 선전(深圳)을 비롯한 4대 특구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중국 경제를 견인한 것이나 이후 여기에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등의 대도시들까지 가세한 현실은 확실히 그렇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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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합작 기업인 베이징현대. 몸집 키우기 운명에 봉착한 베이징 소재 기업들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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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 경제가 각 대도시나 성(省)등의 치열한 경쟁에 의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하리라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이라는 얘기이다. 더구나 최근 이들 지방 정부들이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특유의 발전 전략등은 중국 경제 전반의 질적인 국제 경쟁력 제고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흐뭇하기만 한 각 지방 정부들의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을 주도하는 주역은 아무래도 맏형격인 수도 베이징(北京)이 가장 먼저 꼽힌다. 특히 2년 후에는 하계 올림픽을 주최하는 관계로 더욱 적극적 입장을 견지하지 않나 보인다.
구체적인 행보는 21세기형 제조업 육성과 첨단 산업 지속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전략에서 먼저 읽힌다. 사실 베이징은 다른 대도시들과는 달리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기업들이 많지 않은 도시로 유명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서우강(首鋼)으로 불리는 서우두(首都)강철 정도가 지역 대기업으로 거의 유일했을 정도였다. 수도의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밖에 없었다. 주로 지프를 생산하던 베이징자동차가 금세기 초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거대 기업 베이징현대를 탄생시킨 것도 바로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제조업 육성 전략은 따라서 베이징현대의 사례를 벤치 마킹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동종 업종의 세계적 대기업의 합작 투자를 유치, 몸집 불리기를 추진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류치(劉淇) 당위 서기와 왕치산(王岐山)시장도 기회 있을 때마다 누누이 역설한 바 있어 조만간 1-2건 정도의 합작이 연내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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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고의 항만으로 우뚝 선 양산항. 상하이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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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산업의 지속 발전 의지는 실리콘 밸리로 통하는 중관춘(中關村)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이미 하드, 소프트웨어등의 IT 산업이 상당한 수준에 오른만큼 적극적인 정책, 금융 지원이 이뤄질 경우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단지로 거듭나 베이징의 위상을 한껏 높여줄 가능성이 높다.
시 전체를 권역별로 나눠 특징 있게 집중 육성시키는 전략도 눈여겨볼만 하다. 지난해 대체적 골격이 확정돼 올해부터 향후 5년동안 추진될 예정으로 있다. 예컨대 비즈니스중심구(CBD), 금융구, 수출가공구등으로 분야별로 획정, 적극 육성하는 방안이다.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장기적인 안목의 인프라 스트럭처에 대한 투자 역시 주목을 요한다. 올림픽과도 연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교통 시스템 개선과 공해 및 환경 방지책 마련에 총 2000억위안(24조원)의 거금이 투입될 예정으로 있다. 또 금융, 보험의 시스템 개선에도 54억5000만위안(6540억원)이 들어간다. 위성 도시 건설을 위한 재원도 500억위안(6조원)이나 마련돼 있다. 베이징 인근 퉁저우(通州)구를 중점 개발, 인구 90만명의 도시를 건설할 계획으로 있다.
경제 수도를 자임하는 상하이의 행보는 베이징보다 더욱 구체적이다. 시 경제 당국자들이 아예 외우고 다닌다는 각종 경제발전 목표들 속에 잘 나타난다. 4개센터를 건설하자는 목표가 우선 눈에 띈다. 상하이를 '4개중심 도시', 즉 '4개센터 도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10년을 전후해 전반적인 큰 그림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계획대로 진전을 이룰 경우 전반적인 경제, 무역, 금융, 항공운수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상하이 당국의 입장이다.
후속 조치들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전세계 500대 다국적기업의 중국 본사나 R&D 센터를 상하이로 유치하려는 것은 이중 단연 두드러지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성과도 적지 않다. 지난 수년동안 집중 노력한 결과 70여개에 불과하던 중국 본사와 R&D 센터를 대략 두배 가까운 130여개로 획기적으로 늘였다. 오는 2010년을 전후해서는 최소 200여개 전후를 더 유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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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하이개발 프로젝트의 현장인 톈진의 빈하이 지역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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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사 완공으로 중국 최고의 항구로 부상한 양산(洋山)항에 대한 장기적 확장 계획과 푸둥(浦東)과 홍차오(虹橋)에 이은 제3 공항 건설 방침도 '4개센터 도시' 전략과 깊은 관계가 있는 듯 하다. 여기에 양산항의 배후도시로 기능할 린강(臨港)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금융 서비스업 노하우 습득과 관련한 홍콩과의 긴밀한 교류, 협력 계획까지 더하면 상하이의 '4개센터 도시' 전략은 그저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궁극적으로 상하이를 한 개의 대도시와 9개의 신도시, 60개의 위성 시와 진(鎭․군), 600여개의 선진화된 농촌으로 포용한다는 청사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차원을 훨씬 벗어나는 세계적 경제 도시인 이른바 글로벌 상하이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으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 '1966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제3의 도시 톈진(天津)도 대도시들의 치열한 용쟁호투를 수수방관할 까닭이 없다. 최근 지난 94년 입안됐다가 12년여동안이나 책상 서랍속에만 묻혀 있던 빈하이(濱海)개발 프로젝트를 확정, 제3의 도시에 어울리는 경제적 위상 확립에 나섰다. 현재 확정된 개별 프로젝트만도 10여개 전후에 이른다. 먼저 지하철 건설 계획이다. 홍콩 지하철공사를 고문회사로 초청, 늦어도 5-6년 이내에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부두, 도로, 백화점, 초특급 비즈니스 센터와 호텔등의 대대적 신축도 조만간 잇따를 예정으로 있다. 거의 대부분이 창장(長江), 신스졔(新世界)그룹등 홍콩의 대표적 재벌의 참여가 확정됐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은행의 경우는 영국계 HSBC은행을 유치, 낙후한 금융 시스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첫발을 이미 내디뎠다. 제조, 물류, 금융, 관광업 관련 산업의 대도시로 성장하겠다는 톈진의 바램이 향후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크게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선전은 아무래도 발상의 전환으로 중국 최고 경제 도시를 지향할 것 같다. 중국내 경제특구 1호라는 상징성을 보면 확실히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이 전망은 선전 시 정부가 연초 발표한 정부문건 1호를 볼 경우 더욱 확실해진다. 홍콩과 이웃한 이점을 살려 과학, 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 질적으로도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 이 계획은 이미 언론에서도 기정 사실화해 '선강촹신취안(深港創新圈)', 즉 '선전-홍콩의 창조적 신 공동체' 구축 계획으로 부르고 있기도 하다. 선전은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 역시 적극 조달할 예정으로 있다. 광둥(廣東)성 정부와 협조해 향후 5년내에 약 1000억위안(12조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전액 홍콩과의 공동 연구 개발, 창업기금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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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과의 전략적 제휴로 21세기 중국 최고 경쟁력의 도시로 도약하려는 선전 전경. 현재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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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호텔등의 서비스업 진흥을 위한 협력 방안도 눈에 확 띈다. 벌써 홍콩 금융 및 서비스업 관련 업계 인력 2만여명이 선전에 진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 정부 차원에서는 광둥성의 노력이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광둥성은 GDP 규모에서 이미 지난 세기말과 금세기 초에 세계적 경쟁력의 싱가포르를 가볍게 넘어섰다. 2011년에는 대만도 따라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덩치가 커지는 것에만 흐뭇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10대 산업 육성 전략 프로젝트는 질적으로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교통 및 운수, 에너지, 중화학, 서비스, 환경 생태등 주로 21세기형 산업들이 망라돼 있다. 이를 위한 1조1510억위안(149조63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둥성은 이외에 역내의 경제특구 선전과 주하이(珠海)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전체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으로 있다.
중국에는 중앙 정부 직속의 대형 성시(省市) 정부만도 31개에 이른다. 여기에 크고 작은 도시는 무려 600여개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들 역시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각자 적극적 경쟁 참여를 통해 경제력 제고에 나설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이 경제발전 전략을 상하이와 경제특구를 비롯한 몇 개의 도시에서 동부 연안 지방, 내륙지방으로 점차 확대하는 이른바 점-선-면(點-線-面) 이동 전략으로 일찌감치 채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