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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안정의 지름길 노장청 3결합
북경시간: 2006-11-11 14:54:01 
 
   중국 사회 각 분야의 수많은 젊은 피들이 21세기 팍스 시니카 시대를 앞당길 능력 많은 동량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 오로지 이들 젊은 피들에 의해서만 전적으로 움직여진다고 보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 외에도 노련한 인생 및 업무 경험을 가진 소위 원로 그룹, 아직 힘에서는 젊은 피들이 안 부러운 장년 그룹들도 여전히 각 분야에서 확고한 위상을 확보한채 중국의 발전에 나름의 기여를 하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인 탓이다.

   
베이징시가 최근 노동문제와 관련한 내부 회의를 열고 있다. 젊은 피와 장년, 원로들이 어우러진 가장 대표적인 지방 정부라는 사실을 말해주듯 참석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정계를 들여다봐도 이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리커창(李克强․51)랴오닝(遼寧)성 당 서기, 자오러지(趙樂際․49) 칭하이(淸海)성 당 서기, 왕양(汪洋․51) 충칭(重慶)시 시장등의 젊은 피가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기는 하나 여전히 최고 지도부는 후진타오(胡錦濤․64) 국가주석겸 총서기를 필두로 하는 당 제4세대의 주역들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뒤에는 장쩌민(江澤民․81) 전 국가주석겸 총서기를 축으로 하는 제 3세대 원로 그룹이 언제든지 국가 중대사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기 위해 늘상 대기하고 있다. 노장청(老壯靑) 3세대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 하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각각의 세대가 절묘한 황금분할을 이루는 시스템을 중국에서는 '노장청 3결합'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이 개념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각 분야의 젊은 피 수혈을 의미하는 연경화와 함께 중국 공산당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당정 운영 원칙중 하나이다. 그러나 역시 꽃은 3번의 실각을 딛고 1979년 12월의 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3중전회)에서 복권의 기회를 잡은 덩샤오핑(鄧小平)이 피웠다. 이 회의에서 권력이 소수 세력에게 독점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노장청 3결합'을  공식 석상에서는 드물게 강력 주창한 것이다. 이후 그의 이상은 82년 9월의 제12차 전국대표대회, 87년 1월의 정치국 확대회의, 88년 3월의 7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를 통해 끊임없이 확대, 발전한다. 후 국가주석겸 총서기를 대표로 하는 현재의 지도부는 이때 젊은 피의 대표주자로 대거 발탁돼 중용되기도 했다.

   '노장청 3결합'의 시스템은 말할 것도 없이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많다. 무엇보다 경험 많은 원로들과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의 중후한 인재들이 영원히 사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용퇴라는 그럴듯한 단어는 아직 중국에서는 피부로 다가오는 말이 아닌 것이다.

   
최근 열린 공산주의청년단의 한 회의 장면. 당정 각 부처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피들의 모습이 신선하다. 그러나 이들의 승승장구로 인해 각 기관이나 단위에서 원로나 장년층들이 일방적으로 퇴출되는 경우는 없다

   젊은 피들의 경험 부족과 순간적으로 잘못될 수도 있는 판단에 일정한 제동을 거는 장치가 자연스럽게 마련된다는 사실도 무시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아무래도 원로와 장년층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무 능력이 패기와 신사고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 피들에게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꼽지 않을 수 없다. 당을 비롯해 정부, 군부등 이른바 권력 기관 지도부의 구성원들이 다양해지는만큼 어느 특정한 세력의 권력 남용, 이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정치 안정은 21세기 팍스 시니카 시대의 도래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의 발목을 잡을 정치 불안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도 '노장청 3결합'은 필요하다는 결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노장청 3결합'이 얼마나 시스템화됐는지는 중앙 및 지방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 지도층의 현황이 잘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외교부를 꼽을 수 있다. 수장인 부장(장관)은 올해 66세인 리자오싱(李肇星)이다. 후배나 동기가 승진할 경우 용퇴를 당연시하는 한국적 시각으로 미뤄볼때는 그와 비슷한 연배인 다이빙궈(戴秉國․65)상무 부부장(차관), 차오종화이(喬宗淮․62) 부부장등은 현직에 있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두 사람은 무려 10여년 이상이나 아래 연배인 리진장(李金章․52), 장예수이(張業遂․53), 뤼궈쩡(呂國增․55)부부장등 5명의 다른 부부장들과 함께 리부장을 3년동안이나 보필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올해 59세의 주한 대사 출신 우다웨이(武大偉)부부장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장년의 경험, 경륜은 무시한채 연령만 중시하는 문화가 팽배했다면 아마도 진작에 외교관 생활을 접었어야 했을지 모를 일이다.

   비슷한 케이스는 외교부의 좀 더 아래의 직급으로 내려가도 많이 나타난다. 예컨대 허야페이(何亞非․51)부장조리(차관보)보다 나이는 많으면서도 직급은 사장(국장)급 이하인 외교관들은 얼마든지 있다. 경험과 경륜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나름대로 중용되고 있다.

   
중국 젊은 피의 상징 루하오 베이징시 부시장

   중앙의 다른 부처라고 크게 다를 까닭이 없다. 같은 직급이라도 최대 1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케이스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방 정부에서는 베이징(北京)시 정부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루하오(陸昊․38)부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알기 쉽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지난 2003년 겨우 35세의 나이로 부시장에 선출된 베이징시의 차세대 젊은 피에 속한다. 부시장으로 오기 전에는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의 관리위원회 주임으로도 활약했다.

   아직 40세가 채 안된 그의 존재는 얼핏 보면 베이징시 정부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런 방향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보다 나이 많은 사장급 간부도 곳곳에 즐비하고 심지어 류하이옌(劉海燕․64)부시장은 그보다 무려 16세나 많다. 젊은 피의 수혈과 조직의 안정, 발전을 위한 경험, 경륜은 서로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금융권에서는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런민(人民)은행이 좋은 사례가 될 듯 하다. 저우샤오촨(周小川․58)행장 아래에 우샤오링(吳曉靈․59), 쑤닝(蘇寧․59), 샹쥔보(項俊波․49), 후샤오롄(吳曉煉․48)부행장등이 최고 11년의 나이 차이가 남에도 사이 좋게 뒤섞여 있다. 3명의 부행장보중에는 마더룬(馬德倫․57)처럼 샹, 후부행장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경우도 없지 않다.

   학계로 눈을 돌려도 좋다. 비록 젊고 유능한 미래의 젊은 피들인 천장량(陳章良․45) 농예(農業)대학 총장, 장웨이잉(張維迎․47)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등이 미래의 젊은 피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90세를 넘긴 인문학의 대가 지셴린(季羨林․93), 정치학계의 태두 자오바오쉬(趙寶煦․82)같은 노석학들도 나름대로 상당한 예우를 받는 것이 학계의 분위기이다.

   재계 역시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 경우는 중국 토종 IT 기업의 대명사인 롄샹(聯想)을 거론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지난 2004년 말 IBM의 컴퓨터 부문을 인수해 일약 유명해진 롄샹의 현재 총재는 올해 40대 초반의 양위안칭(楊元慶․42)이다. 중국 재계를 대표하는 진짜 젊은 피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의 존재도 이사회 회장인 류촨즈(柳傳志․62)나 CFO를 맡고 있는 마쉐정(馬雪征․54)이 존재하지 않는 한 빛을 잃고 만다는 것이 중국 언론의 평가이다. 류회장은 그를 발탁하고 지금까지 키운 정신적인 스승, 펀딩 전문가인 마 CFO는 그가 부족한 재무 관련 업무에 단연 탁월한 실력을 발휘,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장청 3결합'의 전형적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중국 학계 원로의 산 증인 지셴린 베이징대 교수


   '노장청 3결합'의 현장은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전 중국 어디에서고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지방의 최 말단 행정 기관인 진(鎭)이나 촌(村)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경찰 간부 출신인 왕더푸(王德富)씨는 "법적으로 노장청 3결합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사회 전 분야는 사실상 이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젊은 피들을 키우고 원로와 장년층의 경험과 경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일 것"이라면서 향후 '노장청 3결합' 현상이 더욱 분명한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너무나 획일적으로 사회를 개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젊은 피들이 필요에 의해서 상상하기 어려운 나이에 인위적으로 키워지는 사실 역시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국 이후 지금까지 이처럼 중국의 사회 각 분야가 원로, 지도부, 실무 세대등으로 이상적 조화를 이룬 적은 없었다"는 정치 평론가 왕샤오둥(王小東)씨의 말처럼 정치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노장청 3결합'으로 인해 안정적이 돼가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장청 3결합'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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