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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기 음식으로 불리는 뉘티성. 베이징의 한 일식집에서 미리 예약을 한 손님 혼자서 은밀히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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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아니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먹는 즐거움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이라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실은 이 가장 기본적 본능인 먹는 즐거움을 한껏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지구촌에서 이 본능에 충실한 세계인들은 많다. 서양의 경우 자칭타칭 식도락에서는 한가락 한다는 프랑스인들이 단연 먼저 꼽힌다. 당연히 "동양에서는?"이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인들이다. 아니 동서양을 통틀을 경우는 중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먹기 좋아하는 민족으로 등극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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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어느 시장통의 상인들 밥상 모습. 밖에서 먹는 것이 이 정도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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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왜 중국인들이 식도락에 관한 한 프랑스인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된다고 단번에 단언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누천년동안에 걸친 사상이라고 해도 좋을 식도락적 사고를 들여다보면 아마도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까 여겨진다.
무엇보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생각하고 국가는 식량 확보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民以食爲天 國以糧爲重)"라는 국가적 구호가 이 사고를 잘 대변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거의 해결된 요즘은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분명 전국 주요 도시의 거리 곳곳에서 자주 목격되던 가장 흔한 캠페인성 구호였다.
의식주(衣食住)라는 보편적인 말을 거의 쓰지 않는 언어 습관을 빼놓아서도 곤란하다. 먹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식의주(食衣住)라는 말을 사용해야 알아듣는 것이 중국인들이다. "중국에서 개개인의 경제력의 척도는 한국같은 나라처럼 옷차림등의 외양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고급 식당에서 의외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때문에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이들은 외양보다는 먹을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고위층이나 갑부들인 경우가 많다"는 유명 식당 체인인 둥라이순(東來順)의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점 H사장의 말은 이런 중국인들의 습성을 이해하게 되면 바로 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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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인근 첸먼(前門)에 소재한 취안쥐더 본사.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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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먹성을 대변하는 기가 막히는 엽기적인 말들 역시 적지 않다. 가장 포복절도할 것이 아마도 중국인들은 동물원의 동물들을 설명할때 어떻게 요리해 먹는가를 꼭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한다는 말이 아닌가 보인다. 또 중국에서는 동, 식물학이 발전하기 어렵다는 약간 비아냥 섞인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중국의 관련 학계 인사들까지 대부분 인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를 요모저모로 먼저 생각하니 동, 식물들이 도저히 학문적 대상이 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중국인들이 먹지 않는 것은 하늘의 비행기와 바다의 잠수함 외에는 절대로 없다"는 말을 반드시 과장이라고만 하기 어려운 데에는 다 까닭이 있는 듯 하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적어도 중국에서만큼은 불후의 진리일 수 있는 것이다.
먹는 것을 목숨처럼 즐기는 국가에서 요리가 발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프랑스 요리를 질량 면에서 단연 압도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는 서양에 "현대 룸펜의 기준은 미국 집에 살고 독일 차를 몰면서 일본과 프랑스 아내와 애인을 둔 중국 음식 애호가"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충분히 수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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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구이 요리 하나로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으로 떠오른 취안쥐더의 내부 전경. 요리 하나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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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요리는 거시적으로 보면 창(長)강을 기준으로 남방과 북방 요리로 나뉜다. 북방은 국수와 만두, 남방은 밥과 생선이 기본이다. 좀 더 범위를 좁힐 경우는 동서남북의 4분법에 의해 분류된다. 이 경우는 '둥쏸시라난단베이셴(東酸西辣南淡北鹹. 동부는 시고 서부는 매우며 남부는 담백하고 북부는 짬)'이라는 말로 각각 요리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이중 서부 음식을 대표하는 촨차이(川菜), 즉 쓰촨(四川)요리는 매운 것으로는 세상에 적수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샤부샤부로도 불리는 징키스칸 요리 마라훠궈(麻辣火鍋)의 뜻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입이 마비될 정도이니 얼마나 매운지는 미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맛에 있어서는 딤섬(點心)이 유명한 광둥(廣東) 요리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요리가 차오저우(潮州) 지방의 차오저우차이(潮州菜)이다. 홍콩에 널리 보급돼 있는 요리로 유명하다. 리자청(李嘉誠)같은 중화권 최고 재벌들이 즐겨하다보니 홍콩에 대유행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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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중 하나인 포탸오창. 비싸기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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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요리는 웬만하면 날 것으로 먹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도 하고 있다. 반드시 볶거나 튀기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 단언할 수 있다.정 볶거나 튀기기가 어려우면 굽거나 삶기라도 한다. 여기에 불의 세기, 기름 종류등에 따라 같은 요리도 여러 수십가지로 나뉜다.
요리 천국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요리가 없다면 그것도 이상할 일이다. 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부지기수에 이른다. 푸젠(福建)성 대표 요리로 유명한 포탸오창(佛跳墻)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스님이 담을 넘어가 탐할 정도라는 엉뚱한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 맛있는 요리가 아니면 붙여지기 어려운 이름이다. 진짜 그런지는 1877년 푸젠성 푸저우(福州)에 살던 정춘파(鄭春發)라는 주방장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포탸오창의 재료와 조리 과정이 잘 보여줄 것 같다. 각종 고기와 상어 지느러미를 포함한 다양한 해산물, 동충하초, 표고버섯등 30여종의 산해진미를 뜨거운 사골 및 양념과 함께 저장(浙江)성의 명주인 사오싱주(紹興酒) 항아리에 넣어 여덟시간이나 푹 고와내야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요리인 것이다. 값이 너무 비싼데다 불교를 모욕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요즘 들어 중국 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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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대표적 요리 만한취안시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 중국인들의 먹기 좋아하는 습성을 반영하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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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 요리의 대표 주자인 둥포러우(東坡肉)도 거론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송(宋)대의 대문장가 소동파(蘇東坡)가 항저우(杭州) 태수 시절 개발해내 오늘에 전하고 있다. 돼지의 비게에 파, 생강, 간장등의 양념을 넣은후 진흙가마와 시루에 두번 쪄낸 요리라고 보면 된다. 값이 저렴하고 요리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아 대중적 요리로 광범위하게 사랑받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페킹 덕(Peking Duck)'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베이징의 대표 음식 오리구이 역시 둥포러우 못지 않은 대중 요리로 손색이 없다. 오리 구이의 본가로 유명한 식당 체인 취안쥐더(全聚德)를 대형 우량 기업으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반면 청(淸)대의 건륭(乾隆)황제가 즐겼다는 만한취안시(滿漢全席)는 포탸오창 뺨치는 비싼 요리로 유명하다. 이름 그대로 만주족과 한족의 거의 모든 유명 요리를 한 상에 올리는 것으로 호텔등에서는 가격이 작은 자동차 한대 값에 해당하는 10만위안(元.1200만원)을 홋가하는 경우까지 왕왕 있다. 서민들이 즐기기에는 너무나 비싸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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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것을 중시하는 풍토는 요리 문화를 중요한 문화로 정착시켰다. 당당한 학문으로 각종 요리를 가르치는 요리학교의 모습은 중국에서는 그래서 이채롭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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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나라인만큼 요리라고 그렇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 요리들은 잔인한 음식이라는 의미에서 찬스(殘食)로 불린다. 뱀과 고양이를 함께 넣어 끓이는 룽후더우(龍虎鬪), 원숭이 골, 곰 발바닥, 지네, 바퀴벌레 요리등이 이에 해당할 듯 하다. 여기에 여성의 나체에 음식을 올리는 이른바 뉘티성(女體盛), 여성의 모유를 가공한 런루옌(人乳宴)등까지 더하면 중국 요리의 엽기성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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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안쥐더의 오리 고기. 서양인들은 페킹 덕으로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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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기는 중국인들의 습성은 일찌감치 요식 산업을 거대한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중국 내외에서 공히 그렇지 않나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의 정치, 경제적 위상은 수천년 전통의 요리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게 할뿐 아니라 가장 즐기고 싶어하는 문화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중국이 요리 산업 하나만 가지고도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부 중국인들의 농담이 전혀 빈말로 들리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같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