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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낮은 공중도덕 의식, 선진국 진입 발목
북경시간: 2006-11-11 01:06:23 
 

   
최근 상하이(上海)의 시내 중심가에서 열린 어느 교육 분야 기업의 홍보 전시회. 경품이 제공되는 행사여서 새치기가 자행되는 현장으로 손색이 없다
   한(漢)나라때 궁형(宮刑.남성을 거세하는 형벌)에 희생된 것으로 유명한 사마천(司馬遷)의 불후의 노작 사기(史記)에는 "곳간이 가득 차야 백성이 염치를 알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아성(亞聖) 맹자(孟子)가 일찌기 설파했던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 즉 "변치 않는 물질이 있어야 변치 않을 마음도 있게 된다"는 금언과 비슷한 진리가 아닌가 여겨진다. 

   관포지교로 잘 알려져 있는 춘추전국시대의 관중(管仲)이 사마천에 앞서 설파하기도 한 이 진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120% 정곡을 찌르지 않았나 싶다. 오늘날 먹고 살기가 넉넉한 선진국일수록 평균적으로 민도가 높은 것이 일반적 상식이니까 그렇게 단언해도 좋을 듯 하다. 이 단정은 달리 말할 경우 곳간이 넉넉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예의와 염치를 잘 모르게 된다는 말도 된다. 맹자의 이론에 끼워맞추면 항산이 없는 곳에는 항심이 없게 된다는 논리이다. 역시 크게 틀린 단정은 아닌 것 같다. 

   중국은 현재 나라 전체의 경제는 쾌속 항해를 계속하고 있으나 평균적으로 아직 상당히 가난한 나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말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1800달러가 채 안된다. 하루 1달러로 겨우 연명하는 빈곤층의 수도 최소한 4000만명 전후에 이른다. 예의와 염치를 너무나 잘 안다면 아마도 그것이 더 이상할 일일지 모른다. 솔직히 말해 현실 역시 사마천과 맹자가 설파한 이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하기 어렵다.

   진짜 그런지는 예의와 염치의 기본인 공중도덕 지키기에서 가장 확실하게 증명될 것 같다. 당연히 준수해야 할 사회규범임에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인간으로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국인들의 공중도덕 의식 함양을 위해 최근 베이징 정부가 제작한 카툰. 방뇨와 침 뱉기를 동시에 하는 전형적인 중국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베이징 정부가 제작한 카툰. 침을 뱉더라도 종이에 싸서 휴지통에 버리는 것이 정답이다

   각론으로 들어가야 더욱 알기 쉽다. 개혁, 개방의 총 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조차 자유롭기 어려웠다는 침뱉기가 대표적으로 꼽혀야 할 것 같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아무데서나 마구 뱉는 것이 거의 기본에 속한다. 훨씬 정도가 심한 가래까지 뱉는 소름 끼치는 광경 역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기는 단연 세계적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지식의 많고 적음, 신분의 높고 낮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인 열에 아홉은 이 경지에 나름의 일조를 한다고 봐도 좋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대형 식당 같은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때면 한결같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은 이런 현실에 비춰볼 경우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새치기는 거의 모든 경우에 존재한다. 슈퍼 마켓에서 계산을 할때나 버스를 탈때나 그야말로 어느 상황을 막론하고 다 있다. 새치기를 당하지 않은 날은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는 외국인들의 농담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최첨단 문명의 이기를 이용할때의 공중도덕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이용할때 옆자리를 의식하지 않은채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크게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아이들도 다를 이유가 없다. 식당이나 공공 장소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떠들고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당혹케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일본의 우익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지난 60년대 말에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라는 책에서 주창한 천방지축의 이기적 행동을 그대로 실천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이러니 공중도덕의 거울이라 불릴 교통 문화의 수준이 좋을 수가 없다. 아니 조목조목 살펴보면 아예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운전자들의 교통 질서를 아무래도 가장 먼저 꼽아야 할 듯 하다. 이에 대해서는 "교통 경찰이 나와 교통 정리를 하면 오히려 길이 더 막힌다"는 농담같은 진리 한마디로 딱 요약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각종 규칙과 법규를 지킬 경우 오히려 교통이 엉망이 된다는 말이므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베이징의 어느 거리에서 학생들이 길 바닥에 수없이 붙은 껌을 떼는 작업과 청소를 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공중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운전 에티켓 역시 오십보 백보 아닌가 여겨진다. 베이징(北京)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독일인 C씨의 술회가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것 같다. "처음 중국에 왔을때 교통 문화에 적응이 안돼 너무 고통스러웠다. 차선이 제대로 그어져 있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운전 규칙도 지켜지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운전할때 가끔씩 날아드는 각종 오물들이었다. 운전자들이 담배 꽁초나 먹고 남긴 음식물들을 마구 창문 밖으로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이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오래 산 나같은 외국인들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담배 꽁초같은 가벼운 오물들이 날아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형 사고를 불러올 큰 쓰레기가 아니니까 역설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요즘 들어서도 운전자들이 차창 밖으로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등에 의해 대형 사고가 가끔 발생하는 현실을 보면 크게 과장된 얘기도 아니다". 중국에서 부득이하게 운전을 해야 할 외국인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보행 질서의 문란은 아까운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점에서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신호등이 굳이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나 상황의 개선이 게걸음만큼이나 무척 더디다. "한국과 일본에 중국인들이 많다고는 하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들 현지에서 같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식별한다고 한다. 그런 신통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부끄럽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도로에서 신호등을 무시한채 아주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이들을 보면 아, 우리 나라 사람이구나라고 느낀다는데 백이면 백 다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라면서 게면쩍게 입을 여는 베이징 시민 왕(王)씨의 말은 그래서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공중도덕 함양을 위해 후진타오국가주석겸 총서기가 강조한 바룽바츠 수칙을 준수하자는 다짐을 하고 있다
   엉망이라 단언해도 틀리지 않는 교통 문화는 당연히 중국 사회 전체에 간단치 않은 대가를 치르게도 한다. 매년 무려 평균 10만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교통사고 대국의 불명예를 감수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더욱이나 뼈아프다. 1명의 사망이 최소한 40만위안(元.4800만원) 전후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할때 연 400억위안(4조8000억원)의 거액이 잘못된 교통 문화로 인해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희박한 공중 도덕은 남의 탓이 아니다. 전적으로 중국인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꼽으라면 아무래도 남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부관셴스(不關閑事)의 국민성이 거론돼야 할 것 같다. 너 나 할 것 없이 남의 행동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국민성인데 굳이 본인들의 행동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다는 느슨한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의 외곽도로인 5환 도로의 모습. 운전자들이 서로 양보를 하지 않아 엄청난 교통 지옥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흙먼지가 많이 날리는 환경적 요인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언어 자체가 시끄러운 운명적 결함, 하나씩만 낳는 탓에 필연적으로 초래되는 아이들에 대한 관대함도 거론되지 않으면 안된다. 침 뱉기나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스러움, 남에게 폐를 끼쳐도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등에 대해 면죄부까지는 모르겠으되 나름의 정상 참작은 해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중국 당국은 거의 광대한 대륙 전역이 공중도덕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참다 참다 못해 2001년 10월 공중도덕 시행 요강이라는 것을 당 차원에서 전격 발표한 것은 바로 이런 자각에서 연유하지 않았나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이 지난 3월 정치협상회의(政協)의 한 회의석상에서 주창한 이른바 '바룽바츠(八榮八恥.8가지 영광스러운 일과 수치스러운 일)'라는 사회주의영욕관을 국민적 캠페인으로 채택, 보급시키고도 있다. 중국식 도덕재무장용 국민교육헌장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바룽바츠'의 7번째가 바로 법과 규율을 준수하자는 내용인 것이다.

   
허베이(河北)성 싼허(三河)시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커서 식당같은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의 의식 계몽이 중요하다
   그러나 공중도덕을 지키자고 아무리 정부 차원에서 외쳐봐야 효과는 그다지 크게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곳간이 차야 예의를 안다는 말처럼 평균적으로 잘 사는 시대가 와야 공중도덕이 잘 지켜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다음 2020년 1인당 GDP  5000달러를 향해 일로 매진할 것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때까지는 중국에서의 공중도덕이라는 것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교훈적 덕목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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