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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북경시간: 2006-11-11 16:10:36 
 
   불의를 참지 않고 불이익은 설사 억울하더라도 적당히 참는 것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 덕목이라 단언해도 좋다. 아니 외면적으로는 적어도 그래야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촌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그런 바람직한 태도를 익힐 것을 자국민들에게 어릴때부터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괜히 그러는게 아닌 것이다. 의사(義死)나 멸사봉공같은 이타적 행동이 만국 공통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이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도 이 점에서는 당당히 할 말이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미 7000만여명을 넘어선 당원들에게는 더욱 강력하게 이 덕목을 강조한다. 당의 헌법이라 할 당정(黨程)에 당과 인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것을 확실히 명시하고 있다. 입당 선서에도 이 대목은 들어 있다.

   사회주의 이념 자체는 한걸을 더 나아간다. 이타적 행동을 발흥시켜 인류의 공영에 기여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바른 생활 교과서 국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해도 좋다.

   국민들의 생활은 당연히 교과서처럼 돼야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중국인들의 일상적 평균 생활은 거의 반대로 나타난다. 교육을 통한 이타적 모습보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이기적 행동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불의는 참고 불이익은 결코 참지 않는다는 단언이 가능한 것이다. 혹자들은 설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중국인 자신들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대문호 루쉰(魯迅)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는 원래 20세기 초반 일본 유학시 의학을 전공한 이과 계통의 학생으로 문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의 인생은 그러나 일본에서 우연히 보게 된 러일전쟁 당시의 기록 영화 하나로 극적으로 바뀌게 된다. 중국내에서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한 중국인이 일본군에 의해 처형되는데도 주위 사람들이 멀쩡히 쳐다만 보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아 문학으로 인생 항로를 수정한 것이다. 그에게는 불의를 보고도 모르는채 하는 중국인의 병든 정신을 문학을 통해 계몽하는 것이 의술로 몸을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셈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아큐정전'같은 불후의 명작에도 그대로 표현됐듯 대부분 작품에서 생생하게 나타나고도 있다.  

   아예 방대한 분량의 책을 통해 중국인들의 불의를 외면하는 이기적 속성을 질타한 이도 있다. 대만에서는 대표적 반체제 인사 리아오(李敖)의 숙부뻘 되는 대륙 출신 원로 문인 보양(柏陽)이 주인공이다. '추악한 중국인'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불의는 은근히 외면하고 불이익은 도저히 못 참는 중국인들을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이 대만에서 수십년동안 금서로 있다가 21세기 들어서야 출판이 허용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출간돼 많은 양식 있는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본토에도 보양같은 인물은 있다. 최고의 싱크 탱크로 불리는 사회과학원의 사오다오성(邵道生)연구원을 꼭 찝어 거론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국인들에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썼다는 '99종의 중국인 성격'이라는 두툼한 책에서 과연 저자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혹독하게 중국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 재일 작가 리녠구(李年古)가 쓴 '불의는 참고 불이익은 못 참는 중국인'이라는 최근 책은 오히려 중국인들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호평하는 것은 이로 볼때 크게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루쉰이나 보양, 사오다오성등의 생각은 별로 틀리지 않는다. 불의를 참는, 즉 의로운 행동을 생각하지 않는 사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아마도 약 1년여전 어느날 아침의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베이징(北京)의 한 버스 안에서 웬 여학생이 정신 이상자로 보이는 괴한에게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 아무도 여학생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모두가 몸을 사리는 사이 놀랍게 결과는 여학생의 죽음으로 나타났다. 단 한 사람이라도 말렸을 경우 충분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나 주위의 환시리에 목이 졸린채로 서서히 죽어간 것이다. 도저히 문명 사회에서 일어났다고 하기 어려운 엽기적 사건이었다.

   요즘도 매년 장마철마다 발생하는 익사 사고 역시 비슷한 사례로 손색이 없다. 누군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케이스가 부지기수였겠으나 많은 수가 죽어갔고 지금도 목숨을 잃고 있다. 베이징의 모 대학 교수 K씨의 한탄이 현실을 잘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중국에는 의사(義死)라는 것이 많지 않다. 교과서에는 의사를 극찬하고 마땅히 인간이 해야 할 도리로 가르치고 있으나 현실로 나타나는 법은 극히 드물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사람을 멀쩡히 눈뜬채 구경하면서 왜 저 사람은 수영을 해서 나오지 않는가?라는 말을 무덤덤하게 하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이다. 익사 직전의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사람이 바보로 취급받는 것은 그래서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교육 현장으로 한번 들어가봐도 상황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만약 누가 위험에 처해 있을때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뛰어들어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옳으냐는 물음을 학생들에게 하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로지 이들에게는 36계 줄행랑이 가장 적절한 처신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중국 당국이 매년 '의를 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면 용감하게 나서자'는 내용의 이른바 젠이용웨이(見義勇爲) 캠페인을 전개하는 데에는 다 나름의 고충이 있지 않나 싶다.

   불이익을 참지 못하는 속성도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는 것에 못지 않다. 역시 사례가 상황을 가장 잘 말해주지 않나 보인다. 2002년 여름인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국 언론사 특파원단은 후난(湖南)성의 유명한 둥팅후(洞庭湖)를 방문하기 위해 장도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둥팅후로 가는 도중 사고를 당하는 횡액을 입는다. 험준하고 협소한 도로를 만나 봉고차가 10여미터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일행 10여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대형 사고였다.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얼마후 주변 마을의 주민들이 손에 전등을 든채 나타났다.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주민들은 쓰러져 있는 특파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들의 소지품을 하나씩 들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사고를 당한 사람의 귀중품에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현직에 있는 모 언론사의 S기자가 "그때는 정말 기가 막혔다.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을 놔두고 소지품부터 뒤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당시 그 사람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의 목숨보다는 주인 잃은 귀중품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 것이 더 절실했던 것 같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당시의 일을 두고 두고 술회하는 것은 정말 괜한 것이 아닌 듯 하다.

   비슷한 사례는 걸인들의 구걸 행태에도 엿보인다. 길가는 행인이 혹 다른 걸인들에게는 적선을 하면서도 근처에 있는 자신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경우 바로 달려와 거세게 항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는 것이다. 사람 차별하느냐는 항의일 터인데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결코 참지 못하는 속성을 적나라하게 대변한다고 봐도 좋다.

   중국인들은 장점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강태공의 고사에서 보듯 끝없이 기다릴줄 아는 여유, 한국인과는 완전 반대인 욱하지 않는 성격등은 이런 대표적 장점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의는 참고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좋지 않는 평가를 듣는 것은 이기적 심성과 뿌리깊은 금전 만능 사상등과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지나친 개인주의와도 직결돼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중국을 잘 아는 외국인들이 "중국은 개인이 하는 운동은 잘해도 단체 운동은 절대로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 대표적인 운동이 축구 아닌가 보인다. 세계 최고 스포츠 대국이면서도 월드컵에 달랑 한번 출전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극언이 아닌 것이다. 중국인들이 정치, 경제적 대국에 어울리는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번씩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하는 교훈이 아닌가 보인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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