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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스포츠는 세계 최강의 가능성이 높으나 도박으로 멍들고 있다. 베이징의 한 경찰이 사이버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조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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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제패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만 들여다볼 경우 중국 스포츠는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중국인들이 스포츠 강국의 국민이라는 뿌듯한 생각을 가져도 좋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 스포츠도 나름의 고민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인기 스포츠가 도박에 물들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자칫하면 속이 골병든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성급한 결론도 가능할 듯 하다.
현실은 진짜 만만치 않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인 프로 축구가 우선 거론돼야 할 것 같다. 헤이사오(黑哨. 검은 휘슬)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도박이 만연해 있다. 헤이사오에 심판이 도박과 연루돼 편파적 판정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어느 정도인지는 미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도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지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당시의 도박 행태가 잘 보여준다. 승부 알아맞추기가 가장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서로 판돈을 걸어 승자가 몽땅 가져가는 단순한 도박이다. 스코어와 골 넣는 선수 맞추기는 한단계 수준이 더 높다. 배당률도 높다. 배팅하는 금액이 많을 경우 잘하면 한몫 단단히 챙기는 것이 가능하다. 재미와 스릴이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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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 축구 리그 경기 모습을 관전하는 관중들. 그냥 경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승부 맞추기같은 도박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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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도박의 종류는 대략 세가지 정도가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벌이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일반적이다. 재미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용납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하우스를 차려놓고 하거나 전화나 인터넷을 통하는 도박등은 보다 전문적이어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강하다.
헤이사오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은밀한 거래는 더욱 심각하다. 심판, 선수, 도박사, 도박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 폭력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3년여전에는 유명 심판 한명이 뇌물을 받고 편파적인 판정을 일삼은 혐의로 처벌을 받은후 퇴출당하기까지 했다.
조폭이 도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승부 조작을 위해 심판이나 선수를 협박까지 한다는 소문은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보다 끔찍한 불행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 처벌된 공식 사례는 아직 없으나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통한다. 전직 프로 축구 선수 C씨의 고백은 진짜 소문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나 싶다. "우리 프로 축구계가 최근 승부 조작 파문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계보다 깨끗하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돈냄새를 맡은 조폭들까지 적극 가세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승부 조작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금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골프는 요즘 도박꾼들이 적극적으로 눈길을 돌리는 스포츠로 꼽힌다. 대형 대회에서 누가 몇타로 우승하는지를 맞추는 것이 널리 보급된 일반적인 도박의 형태로 꼽힌다. 아직까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 골프에 주목하는만큼 판돈 역시 축구같은 종목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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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에도 도박의 바람은 불고 있다. 최근 열린 중국 프로 투어에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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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선수들끼리의 도박도 심각한 종목에 속한다. 한타당 최고 몇만위안(元.수백만원)까지 주고 받는 도박을 한다는 것이 프로골프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는 프로 투어대회 참가 프로중에도 성적보다는 도박에 더 열중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베이징 교외에서 H골프장을 경영하는 천(陳)모 사장의 솔직한 술회를 들어보면 상황은 더 알기 쉽다. "중국의 프로 골퍼들은 아직 철저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일부 선수들은 대회에서 많은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도박에 더 신경을 쓴다. 우리 골프장에도 가끔 프로들이 방문하나 경기력 향상이나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라운딩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프로 투어 선수들의 도박벽이 예사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메이유두치우 메이유가오얼푸(沒有睹球 沒有高爾夫.도박 없으면 골프도 없다"라는 요즘 골프계에 널리 퍼져 있는 우스갯소리는 이로 보면 정곡을 찌른 것이 아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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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스포츠 도박 운영자와 경찰을 재미 있게 표현한 만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 향후 도박의 주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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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골프 도박이 만연하는 현실 역시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사례가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줄듯 하다.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꽤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 30대 후반 사업가 H모씨는 싱글 수준의 실력을 갖춘 내기 골프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타에 1만위안(120만원)의 판돈을 걸지 않는 상대와는 라운딩을 하지 않을 정도로 배포까지 크다. 게다가 승률도 높아 잃기보다는 따는 적이 더 많다.
어느날 그는 평소 안면이 있는 Q모씨의 도전 제의를 받았다. 내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니 한번 같이 라운딩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평소 Q씨에 대한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그로서는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Q씨의 친구 역시 비슷한 실력일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도 그에게는 있었다. 한타에 1만위안을 걸고 라운딩에 나선 그는 그러나 내기 도박에 발을 디딘 이후 처음으로 무려 50만위안(6000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잃었다. Q씨가 데리고 온 친구의 핸디가 거의 언더 파의 수준이있던 것이다. H씨는 나중 Q씨의 친구가 은퇴한 프로 투어 선수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이미 모든 것은 끝난 뒤였다. 그는 이후 모르는 골퍼와는 절대 내기를 하지 않고 있으나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
다른 종목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도박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농구나 배구, 탁구등의 인기 스포츠는 위험에 더욱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해도 좋다. 축구에 이어 온라인 스포츠 도박의 주요 종목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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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도박 혐의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의 도박 만연 현상에 비춰볼때 앞으로는 이런 재판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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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도박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대략 추산해볼 수 있다. 전체 도박 시장의 규모 2조위안(240조원)의 30%에 해당하는 6000억위안(72조원)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온라인 스포츠 도박의 규모는 2000억위안(24조원)대는 충분히 될 듯 하다. 게임 제작 업체인 랑진(朗金)의 리톈닝(李天凝)사장이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 시장의 현황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현실을 방치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전체 규모가 국방비의 10배 가까운 10조위안까지 늘어나는 데에 5년이 채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결코 괜한게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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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도박 판돈이 경찰에 압수돼 있다. 스포츠 도박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경이 아닌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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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해외로 유출되는 만만치 않은 스포츠 도박 자금의 규모에서도 잘 엿보인다. 아무리 안돼도 매년 해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도박 자금 6000억위안(72조원)의 20-30%에 이른다는 것이 공안 당국의 추산이다. 최소한 1200억위안(14조4000억원) 정도는 가볍게 유출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2006년 월드컵 당시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승부 알아맞추기등의 도박에 쓴 자금이 500억위안(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통계가 나름대로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안 당국은 말할 것도 없이 스포츠 도박의 만연을 수수방관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근절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경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승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축구를 비롯한 각종 경기의 현장과 관계자들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또 요주의 대상인 조폭들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도 계속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스포츠 도박에 연루됐을 경우 강력하게 징계하는 원칙을 정하고 최근 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차오양(朝陽)구 공안분국의 문화 담당관인 왕(王)모 이지징두(一級警督. 경감에 해당)의 설명이 당국의 의지를 잘 말해주지 않나 싶다. "중국 공안 당국은 스포츠 도박도 반드시 척결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매춘, 마약, 일반 도박과 함께 박멸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승부 조작같은 범죄가 적발될 경우 관련자들은 전원 엄중하게 처벌할 방침으로 있다. 유명 선수, 감독, 심판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공무원은 당연히 가중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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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프로농구 리그의 경기 모습. 주요 스포츠 도박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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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전 근절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박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데다 매니어들도 최근 급속도로 늘어 단속과 처벌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박 관련자들의 수법이 더욱 지능화돼 적발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진정한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스포츠 도박 근절에 올인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굳이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