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골프 열풍은 골프 대회가 많이 개최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 열린 차이나 오픈 골프 대회에서 중국 선수가 티샷을 하고 있는 모습 |
|
지금부터 10여년전만 해도 사회주의 종주국 중국에서 골프는 아무나 즐기는 대중 스포츠가 결코 아니었다. 승마나 테니스등과 함께 경원시되던 당당한 귀족 스포츠중 하나였다. 게다가 즐기는 비용도 당시 1인당 GDP 700달러 전후에 비춰볼때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라운딩 1회 비용이 일반 근로자의 보름치 월급에 해당했다.
상황이 그랬으니 전체 골프장과 골프 인구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골프장이 30-40여개 남짓했고 골퍼는 30만명을 밑돌았다. 불모지라는 단정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념이 탈색되고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이 대폭 높아진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상전벽해라는 말을 써도 좋을 정도이다. 아직은 전체 인구에 비해 골프 인프라가 여전히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과거와는 도저히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한국인을 비롯한 일부 외국인들이 지금의 중국이 골프 천국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감안할 경우 크게 무리하다고 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이해가 확실히 될 것 같다. 골프장을 우선 들 수 있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 500여개 가까이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다. 거의 15배 전후 늘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10년동안 전국 곳곳에서 1년에 평균 45개 전후가 조성된 셈이다.
골퍼 수의 증가는 더욱 괄목할만 하다. 작년 연말에 이미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최소한 600만여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동안 유지돼온 가파른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2010년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무리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 |
 |
|
|
| 베이징의 유명 골프장 화빈. 전국에서도 내로라할 정도의 유명세를 타고 있다 |
|
오랫동안 귀족 스포츠로 낙인찍혀온 골프를 대중 스포츠로 빠르게 발전시킨 요인들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많다. 골프장 조성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현실을 가장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웬만한 국가에서 골프장 한 홀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0만달러(190억원) 전후의 금액을 평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땅값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 거의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비교적 땅값에서 자유롭다. 100% 국가 소유인 땅을 상상하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개인 사업자들도 충분히 골프장 건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최근 베이징에 골프장을 완공, 사업에 나서고 있는 한국인 S모 사장의 설명이 현실을 잘 말해줄 것 같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웬만큼 재력이 없는 개인 사업자들은 골프장 사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몇명이 동업을 하더라도 1인당 최소한 수백억원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20분의 1 정도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 땅값이 너무 저렴한 탓이다. 우리 골프장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저렴한 가격에 땅을 임대받아 골프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 베이징이 이 정도므로 지방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아무래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더 쉽다고 단언해도 좋다"
| |
 |
|
|
|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은 중국에서도 부와 명예를 보장한다. 최근 열린 한 대회에서 우승한 프로가 트로피를 받고 있다 |
|
그린 피를 비롯한 라운딩 비용이 저렴하다는 현실도 꼽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18홀을 도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600위안(元.7만2000원) 정도 한다. 그러나 자주 라운딩에 나서는 골퍼들에게는 회원권 유무에 관계 없이 회원에 버금가는 각종 특혜들이 많다. 아무리 비싸도 300위안(4만2000원) 정도면 충분히 18홀 라운딩이 가능하다. 부대 비용 역시 크게 들지 않는다. 캐디 팁이 많아야 50위안(6000원) 전후에 불과하다. 한국처럼 라운딩 한번에 무려 30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좀체 없는 것이다.
| |
 |
|
|
| 중국 골프계의 자존심 장롄웨이. 골프로 부와 명성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 |
|
골프를 즐길 수준에 있는 잠재적 골퍼들의 인식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사실 역시 꼽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고위 공무원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골프 얘기만 나오면 의도적으로 몸을 사렸다. 당연히 지금은 다르다. 칠줄 모르는 사람들은 여보란듯 연습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당정 최고 원로로 불리는 톈지윈(田紀雲), 후치리(胡啓立), 리톄잉(李鐵映)등이 중국골프협회의 고문직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실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친하게 지내는 중국 지인들에게 골프를 치자고 하면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다. 골프가 뭔지는 알아도 즐겨야 하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상전벽해라는 말을 써도 좋다. 주중에도 라운딩하자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하는 텐진(天津)의 한국인 사업가 Y씨의 말은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절대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대륙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골프의 열풍은 주목할만한 현상을 적지 않게 양산하고 있다. 학비와 부대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골프학교 설립의 유행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골프 전문가가 되면 평생을 먹고 사는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전국적으로 100여개 전후의 학교가 설립돼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 진학을 아예 진작에 포기하고 골프 학교에 다니는 G모군의 포부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안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나 골프 전문가가 되면 평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내 경우는 PGA 투어 프로가 되는 것이 우선 목표이다. 그렇게만 되면 그동안 부모님이 투자한 학비를 뽑는 것은 일도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스포츠 재벌도 될 수 있다. 물론 내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그러나 설사 그렇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골프학교를 졸업하면 티칭 프로를 비롯한 관련 직업을 갖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골프학교는 평생 직장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한다"면서 골프로 인생 항로를 정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의 캐디 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도 거론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캐디가 대학 진학을 포기한 여성들에게는 거의 최고의 직업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사실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직업별 수입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 |
 |
|
|
| 중국 여자 골프계를 대표하는 장나. 종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
|
우선 평범한 일반 여성들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고 할때 초봉은 대략 1500위안(18만원) 전후를 넘지 않는다. 설사 의사같은 전문적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월 5000위안(60만원)의 수입을 넘기기는 어렵다. 반면 캐디는 비정규직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월 5000위안의 수입을 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진짜 그런지는 현장으로 들어가보면 잘 알 수 있다. 라운드당 팁이 50위안(6000원), 기본 월급이 3000위안(36만원)이므로 월 5000위안의 수입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 아닌가 보인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질 최고의 명문 골프장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듯 하다. 그런 골프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베이징의 화빈(華彬)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의 춘청(春城),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다오(海南島)의 골프장들이 아닌가 보인다. 특히 전설적 골퍼인 잭 니콜러스가 설계한 춘청은 세계 10대 골프장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 |
 |
|
|
| 윈난성 춘청 골프장의 캐디들. 전 세계 1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데에 대한 자부심들이 강하다 |
|
중국이 골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인 문제가 무허가 골프장이 정식 허가를 받은 곳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베이징을 사례로 들어도 10곳중 6-7곳이 무허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권 시세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채 주먹구구식으로 거래되는 현실은 아예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전무하기까지 하다. 회원들이나 골프장에서 한장당 30만위안(3600만원)을 불러도 장외에서는 겨우 10만위안(1200만원) 남짓에 거래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은 층이 두텁지 않은 투어 프로들의 수준도 제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롄웨(張連偉.42)와 장나(張娜.24)등이 각각 남녀 프로 선수들을 대표하고 있으나 국제적 수준에는 아직 한참이나 못 미치고 있다.
| |
 |
|
|
| 하이난성 싼야(三亞) 소재의 골프장 전경. 아열대 풍경이 일품인 골프장으로 전 세계에 유명하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이 미래는 밝다. 지금도 계속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이 계속 건설되고 1년에 100만명 이상이 골프에 입문하는 현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린 피가 당분간은 평균 500위안(6만원) 전후에서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사족이지만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중국이 진정한 골프 천국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주장은 그래서 크게 무리한 것 같지 않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