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성에 대한 천성적 개방 성향에서 보듯 일생일대의 중대사인 결혼과 관련해서도 무척이나 시원스럽다. 당연히 외국인들과의 결합인 국제 결혼에 대해서도 별로 큰 거부 반응을 가지지 않는다. 결혼에도 대대적인 개방 바람이 불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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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개혁, 개방은 중국인들의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양 남편을 맞은 중국 여성의 모습이 일단은 행복해 보인다 |
바람의 강도는 최근 여성들 사이에 조용히 퍼져나가는 우스개 소리 하나만 봐도 잘 읽을 수 있다. "여성들에게는 결혼도 일종의 사업이라 해도 좋다.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은 단연 미국인이다. 그 다음은 일본인이고 홍콩, 대만 사람들도 괜찮다. 반면 중국인은 최악이다" 결혼에서의 개방 바람이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우스개가 아닌가 보인다.
대학가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는 감지된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중국의 대학가에서 외국인 애인을 두는 것은 아주 희귀한 사례에 해당했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서부터는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애인을 두는 현상이 대수롭지 않은 것에서 몇걸음 더 나아가 아예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모 대학 법학과 4학년 K모양의 솔직한 결혼관이 현실의 일단을 대변하지 않나 싶다. "내 주변에는 외국인 애인을 두고 있는 친구들이 꽤 많다. 이들중 일부는 나중 헤어지기도 하겠으나 대부분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외국 애인이 없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생각이 전혀 없다. 부모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 중국인과 결혼하는 것보다 생활이 더 신선하고 재미 있을 것 같다"라면서 국제 결혼에 대한 기대를 강하게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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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신장성의 위구르족 여성들. 오래전부터 한족들과 통혼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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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결혼의 보편화 정도는 극단적이기는 해도 당정 최고위층 자녀들의 배우자 선택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 역시 꼽을 수 있다. 권력 서열이 5위의 당 정치국원인 부총리 황쥐(黃菊.68)의 딸이 주인공이다. 남편이 미국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국제 결혼은 아직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전체 결혼 건수의 대략 5% 전후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해에 약 40만여명 전후의 외국인들이 중국의 청춘 남녀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가장 많은 배우자를 배출한 국가로는 단연 일본이 꼽힐 것 같다. 2005년만 해도 약 7만여명이 중국인들과 부부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거의 두배나 됐다.
결혼에서의 개방 바람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상당히 특이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제 결혼이 성행한 역사와 전통을 되돌아볼 경우 바로 고개가 끄덕거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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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노족의 왕에게 3번이나 시집간 한나라의 비운의 여 주인공 왕소군. 국제 결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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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나라 시대가 아마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보인다. 주변 민족들과의 화친을 위해 황제의 비빈(妃嬪)이나 공주들을 종종 흉노족같은 이민족의 왕들과 국제 결혼시킨 화번(和藩)정책을 실시한 역사가 기록으로 분명히 남아 있다. 중국 고대사의 대표적 비운의 여인으로 꼽히는 왕소군(王昭君)도 바로 이때 희생양이 된 인물로 유명하다. 원래 한 원제(元帝)의 빈이었으나 무려 3명의 흉노족 왕 선우(單于)와 잇따라 결혼하는 진귀한 기록을 후세에 남기고 있다. 한나라 이전과 이후 역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로지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수많은 공주와 황제의 비빈들이 국제 결혼을 강요당해야 했다. 고려 시대 중기 상당수의 원(元)나라 공주들이 대거 한반도로 건너와 왕비가 된 것은 다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1930년대 국민당의 유명한 장군이었던 허쓰위안(何思源)만 들먹여도 좋을듯 하다.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프랑스 여성과의 결혼에 성공, 굉장한 화제를 뿌린 바 있다. 베이징 부시장을 역임한 허루리(何魯麗.72)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부위원장이 그의 딸이다.
국제 결혼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유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충격적인 사실이겠으되 무엇보다 중국이 49년 건국 이후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정책인 가족 계획, 즉 계획생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계획생육이 엉뚱하게 남아 선호 사상으로 연결되면서 남녀간의 성비를 극단적으로 파괴해 조만간 외국 신부의 본격적 수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5년 말 기준의 남녀 신생아별 성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무려 121대 100을 기록하고 있다. 계획생육이 지난 70년대 말에 본격 시작됐으므로 이미 일부 연령대에서는 신부감 부족 현상이 극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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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프랑스인인 허루리 전인대 부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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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민족이 1억여명이 넘는 다민족 국가라는 사실 역시 누구나 다 알만한 요인인듯 하다. 이민족에 대한 거부감이 생래적으로 없어 국제 결혼을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회족 출신으로 할아버지때부터 한족 여성과 결혼한 이력이 있는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경찰 간부 왕(王)모씨의의 고백이 좋은 설명이 될 것 같다. "이민족과의 통혼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전통은 지금도 잘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국가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국제 결혼은 용납되고 있다. 이 점에서는 한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앞으로는 보다 보편적인 현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 결혼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피력했다.
당정 최고 지도자들의 전향적인 자세는 더 적극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존경을 받고 있는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생전에 강조한 말만 들어봐도 좋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외국인들과의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외국인들과의 결혼이 없다면 중국이 인류에 기여할 방법은 줄어든다. 공산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것에도 걸림돌이 생기게 된다. 우리는 결혼과 관련해 새로운 정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국제 결혼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적이 있다.
국제 결혼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중국은 수천년동안 이어진 이민족과의 빈번한 통혼을 한 탓에 사실상 단일 민족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굳이 한국처럼 순수 혈통에 대한 애착도 가질 필요 역시 많지 않다. 하지만 반대급부의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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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모 대학의 외국 유학생들과 중국 학생들이 함께 모여 세미나를 하고 있다. 종종 중국인들과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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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 아무래도 눈에 확 두드러지는 단점으로 꼽혀야 한다. 기본적으로 상호간 문화적인 이해가 없다보니 쉽게 갈라서는 경우가 꽤 많은 것이다. 중국인 배우자들과의 파경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년전 일본 여성과 이혼한 경험이 있는 K모씨의 고백이 좋은 케이스가 될듯 하다. "처음에는 너무 사랑한다는 생각에 결혼을 강행했다. 누구나 그렇듯 사랑의 감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후에 돌아오는 것은 당연히 빈번한 문화적 충돌이었다. 내 쪽도 그랬지만 상대도 중국 남성들의 기본적인 행태를 이해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중국 남성들은 너무 예의가 없다는 것이 그녀가 항상 표시하는 불만이었다. 당시에는 이혼 외의 다른 돌파구가 없었다. 만약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일말의 후회는 있다"면서 상호간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국제 결혼의 파경을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애정보다는 외국이나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결혼의 조건이 되는 현실 역시 거론할 필요가 있다. 설사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혼은 환상적으로 보이나 이후의 생활은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외국인과의 결혼 생활이 중국인과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고 보면 진짜 큰 코 다친다. 역시 상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하는 국제 결혼 15년차 Q모 여인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올림픽이 열린다. 이어 2년 후에는 상하이 박람회도 개최될 예정으로 있다. 중국의 국제화와 개방의 정도가 현재의 예상보다 더욱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국제 결혼 건수가 2010년 이후 연 평균 100만건을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야흐로 외국인 남편, 아내를 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열린 사회 중국의 미래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것 같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