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에 대한 자세가 전에 없이 공손하기 그지 없다. 베이징(北京) 외교가 일각에서 너무 저자세가 아니냐는 지적을 할 정도이다. 실제로도 그런 듯 하다.
중국 당국의 행보만 보고 있으면 중국이 지난 3월 미국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 강력 대응, 즉각 미국의 인권 현황을 발표한 나라가 진짜 맞는가 하는 의아함이 없지 않다.
우선 우이(吳儀)부총리를 월초부터 구매사절단으로 파견한 사실이 눈에 확 두드러진다.
비록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겸 총서기의 18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선발대로 보낸다는 의미가 있으나 7일 중국 언론에 흘러나온 구매 액수가 간단치 않다. 미국측과 27개 항목에 4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상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110개 국유기업의 202명 경영인들을 대거 대동한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경제 담당 부총리를 수행한다지만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쪽에서는 바라지도 않는 지나친 예의, 즉 과공비레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 하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후주석겸 총서기는 2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20일 정상 회담을 갖기에 앞서 보잉사의 여객기 80대, 110억달러어치의 구매 계약도 체결할 예정으로 있다. 중국의 여객기 수요가 향후 10여년동안 최고 1000여대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속보이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작년 중국의 보잉 항공기 구매 액수는 38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후주석겸 총서기의 방미를 계기로 요구대로 화끈하게 미국 제품을 사주겠다는 저자세가 분명히 읽힌다.
위안(元)화 평가 절상에 대한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의 뜨뜨미지근한 자세 역시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평가절상은 없다는 식의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이 어째 조만간 평가절상을 하겠다는 미국에 대한 시그널로만 느껴진다. 좀 심하게 말하면 조만간 할테니 받아먹을 준비를 하라는 태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베이징의 외국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빠르면 후주석겸 총서기의 미국 방문 이후의 위안화 평가절상 단행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기도 하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6일 중국의 위안화가 14% 정도 평가절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발언은 다름 아닌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당연히 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이해의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작년 2020억달러에 이른 대미 무역 흑자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부담스럽다. 무역 압력을 받기 전에 알아서 미리 조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음직 하다.
여기에 후주석겸 총서기의 방미를 국빈 방문으로 결정해준 미국에 대한 고마움도 일정한 작용을 했을 수도 있다. 원래 후주석겸 총서기의 이번 방미는 국빈 방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끈질기게 미국에 요구했고 미국은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중국으로서는 뭔가 미국에 줄 선물이 필요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국이 후주석겸 총서기의 방미 이후에도 이같은 자세를 견지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진짜 이상할 것이 없는 것 같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