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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우먼 파워 허리케인
북경시간: 2006-11-13 10:25:46 
 
   중국은 여성들의 지위에 관한 한 수천년동안 야누스적인 나라였다고 단언해도 좋다. 측천무후(則天武后)나 서태후(西太后)같은 여성 절대 권력자들이 천하를 좌지우지한 역사가 있었던 반면 전족(纏足)이라는 굴레를 여성들에게 강요했던 경험도 아픈 기억으로 갖고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점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늘의 반쪽이라는 뜻의 단어 반볜톈(半邊天)이 여성이라는 의미로 정착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여성들이 인신매매나 매매춘, 가정 폭력의 희생물로 내몰리는 현상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 발전 속도의 가속화에 따라 반볜톈이라는 단어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분위기를 정확하게 반영하듯 요즘 중국 재계에 이른바 우먼 파워가 거세게 불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여성들이 재계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그다지 과하다고 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하늘의 반쪽이라는 말이 진짜 빈 말이 아닌 듯한 상황이다.

   
▲양란 양광 위성 TV 총재
   중국 재계에 불어대는 여풍(女風)은 당연히 현장에서 맹활약중인 여성들의 면면에서 잘 확인된다. 아무래도 좌장격인 우이(吳儀․68)부총리를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부총리라는 직함으로 미뤄보면 정치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으나 정계 입문 전 27년동안 국영 기업체에 근무한만큼 재계 인사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다. 더구나 그녀는 4명의 부총리중에서 유일하게 대외경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정책을 강력하게 선도하는 중국적 현실에서는 대외 교역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 재계를 총괄하는 사실상의 수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출신인 그녀는 원래 여성으로는 드문 석유 부문의 엔지니어로 유명했다. 베이징(北京)석유학원 석유정제학과 졸업과 동시에 깐수(甘肅)성 란저우(蘭州)의 정유공장 기술자로 배치된 1962년부터 베이징옌산(燕山)석유화학공업회사 부사장을 끝으로 직장 생활을 마감한 88년까지 무려 27년동안 석유 분야의 엔지니어로만 일했다. 그녀가 지금도 석유 산업과 관련해서는 웬만한 전문가를 주눅들게 하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것은 이런 이력으로 미뤄볼때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오직 한 우물만 판 그녀의 당시 경력은 당연히 석유 관련 기업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곧 몇 개 기업의 사장으로 간다는 소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출중한 여성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하던 당정 최고위층의 염원은 그녀를 기업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평생의 후원자인 양상쿤(楊尙昆)국가주석이 그녀를 발탁, 베이징 부시장으로 앉힌 것이다. 이후 그녀의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과 부장을 거쳐 98년에는 부장과 부총리의 중간급인 국무위원으로까지 승진했다. 이어 2003년 3월의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대망의 부총리에 올랐다. 여성으로서 현직 정부 최고위 지도자가 된 것이다.

   그녀는 현재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 주요 경제 정책의 입안 및 추진, 대외무역을 진두지휘하는데 있어 웬만한 남자는 비교도 안되는 대단히 통 큰 장악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당의 위위사장
   그녀의 카리스마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2016억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 기록 탓에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한참 현안이 됐던 올해 초 중국의 무역 부문과 관련한 당정 고위급 지도자들은 긴급 내부 회의를 열었다. 향후 더욱 거세질 미국의 압력에 여하히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인 이 회의에서는 당연히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 모든 의견들은 그녀의 한마디에 묻혀버렸다. 과감한 기브 앤 테이크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당시 그녀의 주장 근거는 간단했다. 이는 "어차피 미국의 무역 압력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이 당황할 정도로 공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필요한 미국 제품을 당당하게 사는 것이다. 보잉사의 항공기등은 우리가 필요한 것들이고 미국측에 구매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대규모 구매 사절단을 보내자"라는 그녀의 발언 요지에서도 잘 나타난다. 결국 이렇게 해서 지난 4월초 그녀를 단장으로 하는 구매 사절단이 조직됐고 중국은 미국에 무려 162억달러에 이르는 구매 계약을 선물로 안겨줬다. 미국이 내심 그녀와 중국 정부의 배포에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중국 내외 언론에 의해 곧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와 비견돼 철의 여인, 즉 철낭자(鐵娘子)로 불린다. 이 별명에도 사연은 있다. 때는 그녀가 대외경제무역합작부 부장으로 재직중이던 지난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은 그녀를 내세워 미국과 지적재산권 협상을 팽팽하게 벌였다. 미국측 대표는 여걸로 유명했던 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였다. 누가 봐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상 이 게임에서 이겼다. 칼라 힐스가 "남의 지적 재산권을 몰래 훔쳐가는 좀도둑"이라고 중국을 비난하자 "제국주의 시절 백주대로에 남의 문화재를 강탈해간 미국은 날강도"라고 응수, 중국인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것이다.

   
▲셰치화 바오강 회장
   현장에서는 셰치화(謝企華․63) 상하이(上海) 바오산(寶山)강철 회장이 단연 눈에 두드러진다. 주지하다시피 바오강(寶鋼)으로 불리는 바오산강철은 한국의 포스코를 넘보는 중국 최고의 철강업체로 손꼽힌다. 생산 규모는 세계 6위, 종업원이 1만5000여명에 이른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 면에서 자칭타칭 국제 수준에 올라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때 중국에서도 대대적 개혁이 필요한 대표적 국유기업으로 손꼽히던 바오강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철강 입국을 모토로 내건 중국 철강 당국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셰회장의 능력과 노력을 동시에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그녀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바오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녀의 행보는 이런 찬사가 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우선 그녀는 바오강 사장으로 재임중인 1998년 주변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던 군소 철강업체들을 합병, 현재의 바오강으로 재탄생시키는 주역 역할을 했다. 당시 구조 조정을 비롯한 각 업체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합병이 쉽지 않았으나 그녀는 특유의 뚝심으로 이를 무난히 해결했다.

   원가 경쟁력을 대대적으로 높인 사실 역시 간단히 볼 실적이 아니다. 98년 합병을 완전 마무리짓고 본격적 생산을 게시했을때 바오강의 원가 경쟁력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품질은 선진국에 비해 60-70%에 불과한데도 가격은 80% 전후에 이르렀던 것이다. 당연히 국제 시장에서 통할 까닭이 없었다. 셰회장은 이 구도를 타파하지 않고는 바오강이 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등의 뼈를 깍는 노력 끝에 원가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코크스를 기준으로 했을때 바오강제품의 평균 원가는 톤당 120달러 전후에 이르고 있다. 국제 수준인 200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직원들 연수를 포스코에서 시키던 바오강의 모습은 한마디로 지금 그 어디에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연약한 모습과는 달리 리더십이 강력할뿐 아니라 덜 권위적이어서 직원들과도 흉허물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 5일 근무제를 꼭 지키도록 관련 부서에 철저히 지시하는등 직원 복지도 잘 챙겨주고 있다. 그녀가 2004년 월 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가 주목해야 할 여성 기업인 50인중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진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명문 칭화(淸華)대학 환경공학부를 졸업한 엘리트 엔지니어로 스스로 일과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데에서 보듯 우이부총리처럼 아직 미혼이다. 업계에는 우부총리가 아니라 그녀가 진정한 철낭자라는 말이 우스개 소리로 떠돌고 있기도 하다. 철을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그녀이니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마쉐정 롄샹 CFO겸 고급부총재
   민영 기업에서는 IBM 컴퓨터 부문 인수로 유명한 롄샹(聯想)의 마쉐정(馬雪征․52) CFO겸 고급부총재가 돋보인다. 재무담당 최고 임원답게 IBM 인수에 투입된 롄샹의 자금 운용을 총괄하면서 수완을 발휘, 2년여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지난 2001년부터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매년 선정되는등 나름대로 주목을 끌었던 여걸이다.

   그녀의 장점은 무엇보다 풍부한 해외 체류 경험에서 나오는 국제적 감각과 뛰어난 영어 실력이 아닌가 싶다. 향후 더욱 국제화를 지향하는 롄샹에게는 그야말로 적격의 최고 CEO감이라 단언해도 좋다. 여기에 수치에 밝은 재무통이라는 사실, 국내외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맥등도 그녀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으로 손색이 없다.

   톈진(天津) 출생으로 베이징 서우두스판(首都師範)대학과 영국 킹스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뛰어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한때는 덩샤오핑(鄧小平)과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영어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90년 롄샹으로 스카웃되기 전에는 약 10여년동안 중국과학원에서 세계은행의 과학기금 관리 담당을 맡는등 국제 업무에 종사했다.

   
▲천리화 푸화그룹 회장
   이외에 재계의 여풍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들로는 천리화(陳麗華․64) 푸화(富華)그룹 회장, 뤼후이(呂慧․60) 자신그룹 회장, 양란(楊瀾․37) 홍콩 양광(陽光) 위성방송 총재등을 더 꼽을 수 있다. 한결같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각각 부동산 및 철광, 미디어 관련 산업에서 대 기적을 일군 여성들로 불린다. 양란총재의 경우는 최근 3년동안 5억위안(元․600억원)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IT분야에서도 우먼 파워는 거세다. 중국판 칼리 피오리나로 불리는 우스홍(吳士宏․50) 전 TCL그룹 부총재, 온라인 서점 당당(當當)의 위위(兪渝․40)총재, 전자상거래 업체 이취(易趣)의 탄하이인(譚海音․33)총재등을 들 수 있있다. 웬만한 남자 무색한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IT 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전역의 각급 기업들과 경제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최소한 1억명 가까이에 이른다. 이들 역시 기회가 주어지거나 전기가 마련될 경우 뛰어난 능력을 발휘, 거센 여풍에 동승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는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이다. 중국 재계에 부는 여풍은 이제 거스리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는 듯 하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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