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저격사건까지 경험하면서 총통 재선에 성공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낙마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이 경우 2008년까지의 잔여 임기는 현 부통령인 뤼슈롄(呂秀蓮)이 이어받을 것이 확실해 대만 최초의 여성 통수권자의 등장도 점쳐지고 있다.
천총통의 사임 가능성은 그가 최근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자주 언론에 밝힌 데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가 이처럼 마음을 비운 이유는 당연히 있다. 무엇보다 권력주변 측근들의 비리가 만만치 않다. 매년 한건 이상 터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는 부인 우수전(吳淑珍)의 뇌물 수수 의혹이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지난 2002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던 소고(Sogo) 백화점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명목의 뇌물 800만대만달러(2억4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받았다는 것. 더구나 그녀는 이 상품권으로 2003년 소고백화점에서 24만대만달러(700만원) 상당의 침구류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낮은 정권 지지율과 치솟는 국민당의 인기 역시 사임설과 무관하지 않다. 뭔가 현상 타파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사임이 극적인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의 사임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될만큼 높지 않다. 그가 정치적 위기를 극단적 처방으로 종종 극복하고는 한 이른바 정치 9단인만큼 사임 운운 역시 이런 전략의 연장 선상에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임할 경우 부인문제를 비롯한 모든 부패 사건을 인정하는 꼴이 돼 차기 정권 창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가 전격 사임하고 백의종군할 경우는 의외로 여론의 동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총통이 노리는 바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이 사임하더라도 차기 정권을 창출할 경우 이른바 퇴임 이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전격 사임할 경우 시기는 5월 20일 이전이 되지 않을까 보인다. 대만 언론도 대충 이때를 D-데이로 보고 있다. 과연 정치 9단으로 통하는 천총통이 자신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진짜 사임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