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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지향의 대물주의
북경시간: 2006-11-13 00:18:58 
 
   중국인들은 큰 것을 아주 좋아한다. 축소 지향의 성향이 강한 일본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민성이 근본적으로 대물(大物)주의적, 확대 지향적이라고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일본인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은 여러 문화 유산등에서 가볍게 확인 가능하다. 무엇보다 만리장성을 통해 알 수 있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관찰 가능하다는 건축물이다. 한국의 경부 고속도로보다 무려 15배나 길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만리장성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장성에 올라서지 않으면 진정한 사나이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데에는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흔히 즈진청(紫禁城)으로 불리는 베이징(北京)의 구궁(故宮)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명(明)과 청(淸)나라의 황제들이 500여년 이상 거주한 정궁이었다 하더라도 21만평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면적은 좀 과한 구석이 있다. 각각 750미터와 960미터에 이르는 동서와 남북의 길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이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해도 궁의 구석 구석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2시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입구인 우먼(午門)의 높이가 38미터에 이르는 것은 이로 볼때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수많은 비빈들의 체취가 느껴질법한 궁내의 방 수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무려 1만여개 가까이에 이른다. 이 정도면 마지막까지 궁의 규모에 질리지 않던 사람들마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싼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소재한 진시황(秦始皇)의 병마용(兵馬俑)은 종종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유물이다.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병사들과 말들의 수가 무려 6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고 이게 끝은 아니다. 아직 발굴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얼마나 더 많은 수의 병마용들이 땅속에 묻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파리 시장 시절 병마용을 참관한후 "피라미드를 보지 않고서는 이집트에 가봤다고 하기 어렵듯 병마용도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중국을 가봤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찬사를 터뜨린 것은 진짜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닌 것이다.

   바로 인근의 진시황릉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사마천(司馬遷)이 자신의 불후의 역사서 사기(史記) 시황본기(始皇本記)에서 설명한 내용만 대략 들먹여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는 죄수 70만여명을 동원, 땅을 파낸 다음 우선 릉의 현실(玄室)을 건축했다. 현실 주위는 궁전과 문무백관의 상, 갖가지 진귀한 생활 필수품들로 가득 채웠다. 이어 자동발사기가 달린 석궁들도 장치했다. 혹시라도 침입자가 있을 경우 가차 없이 사살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외에 수은으로 1백갈래의 시냇물 길과 강을 만들기도 했다. 황릉 위에는 높이 5백척, 주위 5리의 언덕을 쌓은후 초목을 심어 자연의 산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놀라운 기록이 분명히 나온다.

   지금은 사라진 아방궁(阿房宮) 역시 진시황과 관련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5보에 루(樓) 한개, 10보에 각(閣) 한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당(唐)의 대시인 두목(杜牧)의 명문 아방궁부(阿房宮賦)에 잘 기술돼 있다. 얼마나 궁이 넓었는지를 확실히 말해주는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넓디 넓은 궁에 살던 비빈들중 황제를 보지 못한 이의 한맺힌 세월이 무려 36년동안에 이르렀다는 대목, 이들이 화장하면서 버린 물이 강을 이뤘다는 내용도 만만치 않다. 병마용과 진시황등의 존재에 비춰볼 경우 꼭 과장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대륙 곳곳에 산재한 불교 유적에서는 대물주의가 더욱 극명하게 엿보인다. 쓰촨(四川)성 러산(樂山)에 있는 대불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마애불상의 높이가 무려 71미터에 이른다. 머리 하나의 크기가 14미터이고 발가락 하나에 어른 5명이 앉는 것이 가능하다. 

   세계 최대의 석굴들로 불리는 허난(河南)성 루오양(洛陽)의 룽먼(龍門)석굴, 간쑤(甘肅)성 둔황敦煌)의 모가오쿠(莫高窟)등의 규모와 유적들은 아예 경이롭기까지 하다. 석굴내의 크고 작은 불상을 비롯한 유적들을 정확하게 일일이 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대물주의는 끈끈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니 좀 더 과장해 말한다면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콘돔에서부터 무려 750kg이나 나가는 돼지, 웬만한 아이 몸무게와 맞먹는 수퍼 수박, 세계 최대의 서점등이 매년 언론의 화제 거리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크기와 관련한 기네스의 기록을 전부 갈아치우는 것이 가능하다. 세계 최강 미국도 도저히 적수가 안된다"고 주장하는 세계화교협회 왕위(王予)비서장의 호언장담이 괜한게 아닌 것으로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큰 것을 숭상하는 중국의 대물주의는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대국주의, 즉 중화사상과 큰 관련이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에 위치시켰다. 나라 명칭이 중국인 사실도 이 현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는 것은 말로만 해서는 안되는 야심이었다. 뭔가 큰 나라로서의 권위와 이웃 주변국들을 압도하는 위압감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필요로 했다. 대물주의가 팽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중국 사학계가 고구려와 발해까지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이 사실에 기초할 경우 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역사 왜곡이 아닌가 여겨진다. "작은 것은 권위를 가지기가 힘들다.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규모가 커야 한다. 세계의 중심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이 대물주의에 몰입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베이징대 역사학과 박사 출신인 조영래씨의 말은 아마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나 싶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사실은 대물주의에 경도되지 않으면 안됐던 중국의 운명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처럼 축소 지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예 원천봉쇄돼 있었던 것이다.

   큰 것에 대한 맹목적 애착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것에 소홀해져 마무리가 허술해지는 치명적 약점을 초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구나 미래 사회는 갈수록 작은 것이 더 가치 있는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사회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휴대전화 단말기가 하루가 다르게 슬림화하고 반도체가 각광받는 현실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웅변한다.

   실제로도 중국은 작은 것에 약하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는다. 반도체등 첨단 산업등에서 아직 세계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이 치명적 약점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좋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중국 전자업체 간부 Q씨는 "중국은 대물주의 국가답게 지난 수십년동안 산업에서도 중후장대한 것에만 신경을 썼다. 작은 것은 거의 신경을 안 썼다. 문제는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반도체나 첨단 산업에서 한국이나 일본을 절대로 못 따라간다는 사실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이 최근 들어 이들 분야에서 자체 연구, 개발보다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인수, 합병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것도 다 이런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대물주의의 폐해를 한탄했다.

   대물주의는 주변국들에게 공포를 줄 개연성도 다분하다. 큰 것에 대한 막연한 추구가 군사 대국화로 이어진다면 자연적으로 패권주의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고 주변국 입장에서는 두려운 눈으로 중국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침략을 받은 상처와 영토 분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주변국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성이라는 것은 도저히 어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른이 돼 고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개인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물주의의 폐해가 중국의 국익에까지 적지 않은 해악을 미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작은 것에도 신경을 쓰는 자세가 소망스러운 것이다. 큰 것과 작은 것을 적절히 결합해 맹목적인 대국주의를 극복하는 지혜에 중국이 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고 단언해도 좋을 듯 하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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