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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야 할 혹형
북경시간: 2006-11-13 16:07:16 
 
   흔히들 질곡(桎梏)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질곡의 세월, 질곡의 역사, 질곡의 아픔등의 표현에서 보듯 개인이나 사회, 국가등의 사정이 아주 어려울때 이 말을 쓴다. 굳이 이 말을 들먹인 것은 용어 자체가 뭔가 틀렸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 말의 어원이 고대 중국의 형구(刑具)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해 한번 언급해본 것이다.

   답을 빨리 내려야 할 것 같다. 질과 곡은 원래 중죄인의 신체를 구속하기 위해 목과 손에 각각 사용한 형구였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시작해 진(秦), 한(漢)을 거쳐 남북조 시대에까지 애용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둘을 합친 합성어가 만들어져 오늘날에까지 남겨졌으니 고대 중국의 형벌이 얼마나 혹형이었는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 않나 여겨진다.

   질곡이라는 말은 중국의 혹형과 관련한 전통이 진짜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시사해준다. 실제로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상서대전(尙書大全), 백호통(白虎通), 사기(史記), 국어(國語), 주례(周禮)등의 고전과 당률(唐律), 명률(明律)같은 각 왕조의 법전을 들춰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사형을 의미하는 대벽(大辟)에서부터 거세형인 궁(宮), 코와 무릎을 자르는 의(劓)와 월(刖),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묵(墨)에 이르기까지의 극도로 잔인한 오형(五刑)이 중국 역사상 최고 유토피아인 요순(堯舜)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기술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자주 이용된 사형의 종류는 당연히 부지기수로 많다. 덜 잔인한 것만 대강 거론해봐도 물에 빠뜨리는 정살(定殺), 절벽에서 미는 투애(投崖), 목을 조르는 교액(絞縊)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이에 반해 거리에 목을 내거는 효수(梟首), 수레에 매달아 인체를 분해하는 거열(車裂), 머리와 허리를 베는 참(斬), 삶거나 태우는 팽(烹)과 분(焚)등은 말로만 들어도 소름 끼치는 혹형으로 유명하다. 멧돌로 갈아 죽이는 것이나 염장을 하는 사형 방법에 비해 잔인함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놀랍게도 혹형의 유명 희생자는 상당한 수에 이른다. 누구나 알만한 인물들만 일별해봐도 불후의 역사서 사기(史記)를 지은 사마천(司馬遷)과 국어, 손자병법의 저자 좌구명(左丘明), 손자(孫子)등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각 혹형에 의해 남성, 눈, 다리등을 잃는 불운을 당했다. 이외에 항우(項羽)의 아버지는 아들의 라이벌인 유방(劉邦)에 의해 팽형의 횡액을 당했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이같은 전통은 일부 단절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전 중국 역사를 관통해 내려왔다. 중국이 혹형에 관한 한 아직까지 지구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수 있다는 얘기이다.

   솔직히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범법 혐의자들에 대한 상습적인 구타가 엄존해 있는 현실을 우선 거론하면 알기 쉽다. 20여년의 경찰 생활을 자랑하는 왕(王)모씨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증언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피의자들은 경찰서에 일단 연행돼오면 대체로 두려움에 엉엉 운다. 구타가 두려운 탓이다. 물론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공권력에 의한 구타가 전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영원히 사라지려면 아직 시간을 더 필요로 할 것 같다"면서 혹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구타의 존재를 인정했다.

   공권력에 의한 구타는 종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 2003년 1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발생한 대학생 출신 직장인 쑨즈강(孫志剛)의 불행이 상황을 잘 말해줄 것 같다. 평범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야간에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려 심한 구타를 당한후 사망, 공권력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행사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사건의 책임자는 사형을 당하고 경찰의 폭거에 대한 경종이 울려졌으나 현실은 크게 개선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혹형의 전통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연좌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읽을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춘추전국 시대를 전후한 고대 중국에서 널리 행해지던 연좌제는 오늘날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서(漢書)나 상군서(商君書)등의 역사서에 보이는 3족이나 9족을 멸하는 것만이 연좌제가 아니라고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정치범들의 가족들이 아마 대표적으로 거론돼야 할듯 하다. 취직이나 출국등에서 국가에 의해 일정한 제약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할 경우는 요주의 관찰 대상이 돼 연금의 횡액까지 당할 수 있다.

   혹형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사회적 신분이 꽤 상당한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 역시 재수가 나쁘면 언제든 횡액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케이스들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중국에게 있어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단순한 언론사가 아니다. 국교가 없는 나라에 파견되는 지국장에게는 당사국의 대사 역할까지 수행하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질 정도이다.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많다. 이중 가장 소망스러운 것은 비밀 유지의 책임과 의무이다. 많은 국가적 비밀을 알고 있으니 공석이든 사석이든 이에 대해 발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칙을 어겼을 때는 그에 따른 혹독한 대가가 반드시 따른다. 때는 1998년 3월의 봄이었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히 베이징 주재 외국 특파원들은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조그마한 정보라도 캐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거의 일상사가 돼 있었다.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가 열리는데 뭔가 그럴듯한 정보를 입수, 기사화할 절박감을 누구라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일본의 모 유력지가 엄청난 기사를 실었다. 전인대 개막일인 5일에 리펑(李鵬)총리가 행할 정부공작보고를 마치 미리 본 것처럼 자세하게 보도한 기사였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보밀국(保密局)을 비롯한 중국 정보 당국은 바로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얼마후 나왔다. 당시 신화통신의 주임(부장)급 기자였던 Q모씨가 미리 배포된 정부공작보고를 일본 특파원에게 은밀하게 건네 기사가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Q부장은 즉각 체포됐다. 이어 벌어진 재판에서는 무려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아직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더라도 정상적 사회 생활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족들이 졸지에 상류층에서 밑바닥으로 전락한 것은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한때 잘 나가는 당 간부였던 Z모씨의 불운은 더 안타까운 케이스에 속한다. 30대 후반 나이인 그가 담당했던 일은 당의 외교 분야 업무였다. 그가 거의 매일 외국인들과 부단한 만남을 가지는등 나름대로 업무에 충실했던 것은 업무 성격상 크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 깊숙하게 접촉해서 그랬을까, 그에게는 올해 초 외국을 위해 활동한 간첩이라는 죄명이 붙게 됐다. 결국 그는 재판 끝에 7년형을 선고받고 정치범 수용소인 친청(秦城)감옥에 수감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부친은 아들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괘씸죄만 더해졌을 뿐이었다.

   당정 최고위층에도 혹형에 의해 인생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Q나 Z같은 인물들은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만 살펴봐도 헤이룽장(黑龍江)성 정치협상회의(政協) 전 주석 한구이즈(韓桂芝.여)와 국무원 국토자원부 전 부장 톈펑산(田鳳山)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부패 혐의로 사형과 무기징역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9월 말 전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천량위(陳良宇)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의 낙마가 당연시되는 이유는 이에 비춰보면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듯 하다.

   중국은 연 평균  3000여명이 사형으로 목숨을 잃는다.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의 70%를 차지할 정도이다. 미국이 매년 인권백서를 발표,  혹형이 여전히 존재하는 인권 후진국이라고 중국을 맹비난하는 것도 이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환골탈태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살형을 주사형으로 서서히 바꿔가고 있는 것이나 매년 봄 열리는 전인대에서 인권 관련 법안을 계속 제정하는 노력들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피의자들에 대한 묵비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을뿐 아니라 경찰들에게는 구타를 자제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교육까지 시키고 있기도 하다. 미래가 어둡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혹형에 관한 한 비견될만한 나라가 별로 없는 국가라는 오명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을 더욱 배가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보인다. 중국이 법치주의로 가기 위한 노력을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기울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래야 할 것 같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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