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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상하이탄 <149회>:황징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북경시간: 2006-12-12 11:22:48 
 

옥환은 그의 관대한 태도에 몸둘 바를 몰라 쩔쩔 매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미안한 마음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좋습니다! 더 이상 매달리는 것은 내 꼴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거라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만나시는 분과 잘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황징젠께서 앞으로 하시는 일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겠어요. 진심이예요"
 "고맙군요. 자 나갑시다. 집까지 바래다드리죠. 설마 그것까지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죠?" 

   
  ▲ 그림=이용호 화백  
 
황징젠이 시원스럽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옥환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옥환 역시 황징젠의 마지막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를 따라 일어났다. 황징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카운터로 가 찻값을 치렀다.  

옥환은 황징젠이 의외로 남자답고 시원시원하다고 생각했다. 재서만 아니었으면 마음이 기울어졌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베이징시 공안국의 최고 핵심 부서인 정보과의 과장을 괜히 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했다. 

옥환은 앞서 걷는 황징젠의 뒷모습을 보고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얼굴이 몹시 익다는 공식적인 첫 대면때의 느낌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9년전 독일 유학을 떠날 때 비자 신청용 재정 보증을 기꺼이 서준 부친의 지인이 다름 아닌 황회장이라는 사실이 비로소 뇌리에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황징젠의 차 아우디는 환상 도로 싼환(三環)변의 농업박물관과 힐튼 호텔을 빠르게 지나고 있었다. 그녀의 집이 있는 야윈춘의 즈위산좡 방향으로 확실히 가고 있었다. 

옥환은 무료함을 달래려 차 뒷좌석에 꽂힌 독일의 대표적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을 꺼내들었다. 황징젠이 그녀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신문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황징젠이 생각보다는 훨씬 지적이고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는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시트 옆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백 미러로 옥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던 황징젠은 그녀가 쓰러지자 만면에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미리 그런 상황이 일어날 것으로 짐작한 듯 했다.  

황징젠은 마음 속으로 창안쥐러부 레스토랑의 여직원에게 거듭 감사를 올리고 있었다. 옥환의 커피 잔에 영양제라고 속인 수면제를 그녀가 의심 없이 넣어주지 않았던들 눈앞의 광경은 벌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여성용 최음제 펨프록스(Fermprox) 성분이 다량 함유된 중국산 알약 웨이졔(偉姐)도 남편이 부인 몰래 넣어주는 보약 정도로 알고 정성껏 타주는 성의까지 보이기도 했다.  

황징젠의 차 아우디는 서우두(首都)공항행 고속도로와 싼환이 교차하는 지점인 중뤼(中旅) 호텔 앞을 지나자마자 바로 좌회전, 시바허로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옥환은 바로 코앞에 닥쳐온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완전 쥐죽은듯 깊은 잠에서 깨어날줄 모르고 있었다.

 재서는 석방장의 말에 전혀 서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린 각종 상황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진징두와 손징스는 달랐다. 둘의 얼굴에는 석방장의 말이 아직은 완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충격적 표정이 여전히 어려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중국 경찰이 진짜 그 정도로 오염이 돼 있다는 말인가?" 

진징두가 맥없이 독백을 흘렸다. 시선은 어이 없다는 듯 디샤청 밀실의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경찰이라는 사실이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표정이 엿보이고 있었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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