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옌, 지금 나간 여자 알지?"
"예, 물론이죠"
"여자로서의 결점이라고는 도대체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길이 없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보밀국의 비밀 여 첩보원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겠지?"
"예, 무슨 말…씀이신지?"
"이 사람, 자네는 아루이 그 아이보다는 머리가 좋은 걸로 아는데"
"……"
"그래, 안 그래?"
"아, 예!"
"잘 보호해드려"
"지시하신대로 실행하겠습니다, 회장님!"
황연은 황 회장의 뜬금 없는 말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듯 했다. 간혹 말을 더듬거나 즉각 대답을 못하는 모습은 확실히 그래 보였다. 그러나 그는 황 회장이 뭘 말하는지는 대충 아는 것 같았다. 바로 깊숙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바로 거실을 나가 밖에 대기중인 도요타 지프에 올랐다. 지프에는 운전석에 앉은 한 명을 포함해 건장한 체격의 청년 4명이 더 타고 있었다.
황 회장은 황연이 탄 차가 스르르 굴러가자 바로 전화를 들었다. 24시간 항상 대기하고 있는 샤오메이를 비롯한 근처 아팡궁 빌라촌의 젊은 여자들을 불러 밤새도록 즐기기 위해서였다. 강효에 의해 촉발된 욕정이 도저히 제어가 안되는 방향으로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강효의 아우디는 리가오왕푸에서 징순루로 통하는 톈쭈루(天竺路)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차가 드문 늦은 밤이라 속도도 상당히 내고 있었다. 웬만한 중국산 차가 따라가기 쉽지 않을 속도였다. 그러나 황징젠의 차 BMW는 세계적 명차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별로 속도를 내고 있지 않는데도 아우디와 전혀 거리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효에 대해 크게 나쁜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 황 회장에게 그녀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줘야겠다는 결심을 가끔 하고는 한 것도 바로 딱히 나쁜 감정을 동반하지 않은 그런 의구심과 연관이 있었다. 그는 그러나 리가오왕푸를 나오면서 생각을 확 바꿨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아버지 황 회장에게 자신이 최근 획책한 일들을 은근히 고자질한 사람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그가 리가오왕푸를 나와 즉각 하빙이 기다리는 시바허의 안가로 귀가하는 대신 인근에 자리잡은 단과대학인 회계관리학원(會計管理學院) 앞에서 차를 대놓고 무려 10여분이나 혹시나 그녀일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기다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흥, 감히 우리 부자를 이간질시켜. 내 뜨거운 맛 좀 한번 제대로 보게 해 드리죠. 강사장!"
황징젠은 차를 몰면서도 계속 이를 갈았다. 리가오왕푸를 나서는 누군가가 강효라는 사실을 진짜 확인하자 그동안의 막연한 분노가 극에 치닫는 모양이었다. 그는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다리께에 총알 한방 정도 맞고 아버지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협박을 당하면 강효도 앞으로는 다른 장난을 치지 못할 것이라는게 그의 소박한 생각이었다.
아우디는 한 2분을 더 달리다 신호등에 걸려 징순루 바로 앞길에서 멈췄다. 베이징 시내쪽으로 좌회전하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황징젠은 차가 멈춰선 순간을 이용해 허리춤에 꽂아놓은 리벌버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에 걸쳐져 있었다.
그가 권총을 들고 차에서 막 내리려 할 때였다. 그의 차 왼편으로 도요타 지프가 쏜살같이 달려와 섰다.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그가 옆을 힐끗 쳐다봤다. 밤인데도 모두들 선글래스를 낀 5명의 사나이들이 그를 향해 권총을 겨누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모든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