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이 도착한 곳은 황회장의 안가 앞 넓은 마당이었다. 예정대로 마당에는 약 30여개의 중형 박스들이 가지런히 쌓인채 놓여 있었다. 조립삼이 타고온 밴이 싣고 갈 물건인 것 같았다.
"물…건은 확인…할 필…요가 없나…요?"
조립삼은 밴에서 내리자 곧바로 박스 운반 작업을 지휘한 책임자로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황연이었다. 황연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변변해 보이지 못하는 사내가 엄청난 물건을 호송할 책임자로 온 것이 웃긴다는 의미일 터였다.
조립삼은 황연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익숙한 솜씨로 상자 하나를 골라 열었다. 골드바로 불리는 1Kg짜리 금괴들이 이미 멎은 비 탓에 더욱 가까운 느낌을 주는 태양 빛에 부딪쳐 휘황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개수는 적어도 1백여개는 돼 보였다. 상자가 30여개였으므로 대강 계산해도 금괴는 약 3톤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었다. 톤당 2000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국제 시세로만 해도 6000만달러 이상의 가치는 있는 듯 했다. 대충 강여사가 창장쓰룽에게 상환해야 하는 5억위안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이상이 있습니까?"
"없…네요"
"실어드릴까요?"
"그래…주시…죠"
바로 현금으로 통용되는 엄청난 분량의 금괴 인수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조립삼과 황연이 주고받은 몇마디 말이 끝나면서 바로 시작돼 겨우 1분여만에 밴으로 완전히 옮겨졌다. 황연의 지시를 받는 장정들의 일하는 솜씨가 보통 신속한 것이 아니었다.
밴이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조립삼은 황연과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그가 다시 조수석에 올라탔다. 밴이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리가오왕푸 별장의 정문을 향해 움직였다. 해는 아직 중천에 걸려 있었다.
강여사가 황회장으로부터 빌린 금괴를 실은 밴은 리가오왕푸에서 공항 고속도로로 올라가는 오른편 입구인 양린(楊林)도로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밴은 아마도 양린도로를 거쳐 공항 고속도로를 빠르게 내달릴 예정인 듯 했다. 사실 그 길이 밴의 최종 목적지, 창장쓰룽의 고리대금업체 사무실이 있는 왕푸징으로 가는 가장 빠른 코스이기도 했다. 밴은 양린도로로 올라가는 길과 회계관리학원으로 향하는 길 사이에서 잠시 주춤하다 예상대로 역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밴은 그러나 양린도로 쪽으로 채 10미터도 올라가지 못하고 멈춰섰다. 파란색 정복을 착용한 정확히 10명의 경찰들이 하얀색 순찰 차량 세대를 도로가에 바리케이트마냥 주차시켜놓은채 밴을 막아선 것이다. 검문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조립삼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슴 속 저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재서와 석방장, 방세오등에 대한 감사의 염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백미러로 경찰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밴의 앞 좌석 좌우로 각각 두명, 밴의 뒤로 6명이 빠르게 걷는 모습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그는 허리의 리벌버 권총에 손을 가져갔다. 운전 기사 역시 손을 빠르게 허리춤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 아닌 보밀국의 1사 5처 처장으로 있는 도국이었다.
조립삼과 도국의 리벌버는 경찰들이 밴의 좌우 문을 열자마자 탕! 소리와 함께 불을 뿜었다. 정확히 두발씩이 매그넘 44구경 권총을 든채 검문을 하려던 경찰들의 팔을 맞췄다. 그들은 설마 경찰을 쏠까 하는 방심을 했던지 어이쿠! 하는 비명 소리를 내지르면서 도로에 널부러졌다. 주인 잃은 매그넘 44구경 권총들 역시 아직 축축한 기운이 남아 있는 도로 위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