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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상하이탄 <254회>:서둘러 객실문을 열고 나가는데…
북경시간: 2007-05-16 21:11:36 
 

 "더 올 친구들은 없는가? 이왕이면 우리와 뜻을 동조하는 친구들은 다 데리고 가고 싶은데…"
 "우리 쪽 사람들이 알만한 방법으로 그렇게 사발통문을 띄웠는데도 오지 않으면 더 이상 올 사람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거의 모두 체포됐으니 없기도 할 겁니다. 이제 그만 가시죠. 더 이상 미련을 두면 우리가 위험해져요" 

등초린 국장은 서두르고 있었다. 황 회장의 아쉬워하는 말을 바로 자르면서 객실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황 회장과 함께 중국을 빠져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하는 태도였다. 황 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따라나서기 위해 몸을 객실 문 쪽으로 돌렸다. 
 "흥, 그렇게는 안 되죠.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황 회장 당신만 탈출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더구나 국가 전복을 기도한 중죄인인데요. 나는 그렇게 보내드릴 수가 없는데요. 덩 국장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황 회장과 등초린 국장 등 세 사람이 객실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싸늘한 어조로 외치면서 들이닥쳤다. 양 손에는 살상력이 강한 글록 19 자동 권총을 쥔 채였다. 그녀는 옥환과 방세오가 특히 애타게 찾고 있던 바로 그 여자, 하빙이었다.  

 "네, 네가?"
황 회장과 등초린 국장이 동시에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다. 특히 황 회장의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둘 모두 하빙을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요, 황 회장! 당신에게 여고 시절 어이 없이 당하고 버림 받은 다음 당신 아들인 황징젠의 노리개로 10년 세월을 살아온 하빙이예요. 그래도 고맙게 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군요" 

하빙이 황 회장을 바라보면서 시니컬하게 말했다. 자조적으로 토해내는, 약간은 눈물을 머금은 듯한 말의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다. 황 회장의 얼굴은 그녀의 말에 곧바로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등초린 국장은 잘 훈련된 CIA의 에이전트답게 가끔 봐온 자신의 딸 친구이자 부하 직원인 하빙의 말을 듣고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황 회장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키운 장학생 중 한 명인 하빙을 그녀가 어린 시절 건드린 다음 귀찮아지자 아들인 황징젠에게 넘겼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그는 순간 당 태종의 후궁으로 있다 아들인 고종의 황후가 됐던 측천무후(則天武后)를 떠올렸다. 훗날 스스로 여황제가 된 다음에는 쌍둥이 형제 장역지(張易之)와 장창종(張昌宗), 요승 회의(懷義)등과도 패륜적인 엽생 행각을 벌인 그 천하의 색녀를. 하빙이 눈물을 내비치면서 토로한 황 회장의 행태는 바로 그 같은 패륜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등초린 국장은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는 황 회장을 힐끗 쳐다봤다. 눈길에 비웃음이 잔뜩 어려 있었다.

그런 패륜을 저지르고도 나를 이중 인격자라고 욕을 해, 게다가 아버지가 손을 댄 여자를 10년 동안이나 희롱한! 그 아들 놈을 내 딸과 결혼을 시키겠다고, 이런 죽일 영감 같으니라고, 등초린 국장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욕을 어쩌지 못했다.
 "샤오빙,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았어. 나는 너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아루이 그놈한테 너를 보낸 것도 그래서야. 내 옆에 평생을 두고 싶었지" 

황 회장은 비굴해지고 있었다. 별로 진실성이 없어 보이는 말을 마구 입에 담고 있었다.
 "그래요?"
 "정말 그런 생각이었어. 그것만은 진실이야"
 "진짜 그랬다면 아마 나도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려고 했을 거예요.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을 거라고요. 그래서 한때는 루이꺼의 부인으로 살면서 황 회장 당신 곁에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왜?"
 "루이꺼가 나를 한낱 노리개 감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진실을 알았죠. 하기야 아버지가 데리고 놀다 버린 여자와 결혼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황 회장 바로 당신이예요. 나를 원망하지 마세요. 다음 세상에서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래요. 덩 국장 당신도" 

하빙이 뭔가 결심한 듯 두손에 든 권총을 황회장과 등초린 국장을 향해 정조준했다. 어조는 단호했으나 뭔가 여운이 남는지 말에 물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두 사람으로서는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탕! 탕! 드디어 드넓은 객실에 두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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