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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다.
싫든 좋든 어쨌거나 주변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이상 사람간의 관계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영어에서는 우아하게 휴먼 리레이션십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다소 추상적 개념인 대인관계라는 말이 이에 해당하지 않나 보인다.
중국에도 이런 말은 있다.
그게 다름 아닌 중국인들이 입에 붙이고 다니는 관계(关系:꽌씨)가 아닌가 여겨진다.
말 그대로 인간관계를 뜻한다.
단어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는 듯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서방의 리레이션십이나 한국의 대인관계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의 절대 권력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관계(关系:꽌씨)가 좋은 사람은 능력과 권력이 생겨 평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없거나 약한 사람은 반대의 상황에서 지난한 인고의 세월을 살게 된다는 단정적 결론이다.
또 관계(关系:꽌씨)는 사람 손으로 이뤄지는 모든 일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좋다.
예컨대 비행기표나 기차표를 필요로 할때, 병원에 입원을 할때, 고급 유흥업소에서 유흥을 즐길때 등 사람의 거의 온갖 일상사에 존재한다.
한국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으나 중국인들이 무슨 일이 생길때 우선 그 방면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수소문하는 것이 생활화된 것은 이런 현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관계(关系:꽌씨)가 중국에서 유독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은 사회 전반의 몇가지 배경을 살펴볼 경우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우선 중국이 전통적으로 법치(法治:퐈쯔)보다는 인치(人治:런쯔)가 강한 나라라는 사실에서 보듯 사회 전반적으로 법이 분명하게 확립돼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정업무같은 경우 일사분란한 시스템보다는 공무원등의 자의적인 판단이 우선하는 게 대부분인 것이다.
관계(关系:꽌씨)가 자연스럽게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너무 경직된 사회주의 관료 체제 역시 눈여겨 봐야 한다.
달리 말해 중국 공무원들이 특정 사안의 인허가등과 관련해 쉽게 총대를 매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 경우 이 보신주의를 뚫고 들어갈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는 적당한 금전적 보상을 동반한 관계(关系:꽌씨)가 단연 돋보이게 된다.
유구한 역사의 교훈에서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전직 고위 외교관인 우(虞:위)모씨의 술회가 이 분석과 관련해서는 정곡을 찌를 것 같다.
"관계(关系:꽌씨)는 5000년 중국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수천년동안 광활한 대륙에서 수없이 많은 종족들과 어울려 지내다보니 믿음이 가는 주변 사람들과 철저하게 좋은 관계를 맺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일관된 법 체계를 갖춰야 하는 중앙집권 국가가 확실하게 존재한 시기가 그다지 길지 않았던 사실 역시 관계(关系:꽌씨) 문화의 만연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관계(关系:꽌씨)가 어쩔 수 없는 중국인의 숙명이라고 해석했다.
관계(关系:꽌씨)는 적지 않은 은어들까지 만들어냈을 정도로 거의 전 국민적 문화로 승화되고도 있다.
우선 언뜻 떠오르는 단어가 "뒷문으로 들어간다(走后门:쩌우허우먼)"이다.
"뒷문으로 들어간다(走后门:쩌우허우먼)"는 관계(关系:꽌씨)가 있는 고위층을 통해 승진등에서 쏠쏠한 특혜를 보는 현실등을 의미한다.
모르는 중국인이 없는 최근 유행어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당정 관리들 사이에서는 요직중의 요직을 의미하는 비결(肥缺:풰이취예)가 단연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로 손꼽힌다.
관계(关系:꽌씨)가 없는 사람은 아예 앉을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뒷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자리라는 자조적인 뜻 역시 강하게 풍긴다.
헬리콥터를 탔다(坐直升机:쭈어쯔썽찌)라는 은어는 요즘에는 다소 덜 쓰이나 한때 대 유행한 말로 언급해볼 필요가 있다.
역시 "뒷문으로 들어간다(走后门:쩌우허우먼)"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가 엄청난 승진을 할 때는 지금도 그 사람의 주변에서 부러움 반, 시새움 반 차원에서 종종 입에 담는다고 한다.
소통비(疏通费:쑤통풰이)는 말 그대로 잘 안되는 일을 해결해줬을때 찔러주는 사례금을 뜻한다.
액수가 대단한 규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뇌물과는 차원이 확실히 다르나 서방식 사고방식으로는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조직 폭력배들이 유흥업소들을 상대로 갈취하는 보호비(保护费:바오후풰이)와도 일견 비슷한 일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계(关系:꽌씨)가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단어도 있다.
서클이라는 말인 취안얼(圈儿:취엔얼)은 최근 들어 상류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미 취안얼(圈儿:취엔얼)문화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한마디로 관계(关系:꽌씨)가 있는 사람들끼리 벽을 쌓고 나머지를 배척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귀족 문화가 놀랍게도 공식적으로는 분명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도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관계(关系:꽌씨)는 그러나 평범한 일반인이 잘 만들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많다.
관계(关系:꽌씨)라는 것이 그냥 평범한 장삼이사(张三李四:짱싼리쓰)들이 중구난방식으로 주변 사람들과 접촉만 가진다고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关系:꽌씨)는 무엇보다 우선 돈을 필요로 한다.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서로 기분도 좋고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에서 보듯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관계(关系:꽌씨)는 당연히 더 좋아진다.
상호 신뢰 역시 필수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믿기 어려운 사람에게 가슴을 활짝 펼쳐보일 바보가 세상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확실히 그렇다.
더구나 중국인들은 한번 신뢰를 하면 영원히 믿는 경우가 많으나 일단 의심부터 하는 국민성으로 유명하다.
관계(关系:꽌씨)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공정해야 할 관리들의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현실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당정군 지도부 내에 아직 상해방(上海帮:쌍하이빵)이나 산동방(山东帮:싼똥빵), 공산주의청년단(共靑团:꽁칭퐌) 출신의 단파(团派:퐌파이)등과 같은 파벌이 자주 운위되는 것은 무엇보다 이 현실을 잘 대변한다.
출신지나 임지, 출신 성분이 특정 당정 고위층 인사들과 비슷하다 해서 네포티즘(연고발탁)에 의해 능력 이상으로 발탁되는 인사들이 없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승진한 관리들의 경우 부정부패에도 너무 쉽게 빠진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연고 발탁으로 승진이 되다보니 관계(关系:꽌씨)의 힘을 발휘한 누군가에게 보답하기 위해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연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혹자는 너무 지나친 비관적 관측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매년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한국식의 판공비가 영업 이익의 거의 20% 가까이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그렇지 않다고 하기 어렵다.
대부분이 관계(关系:꽌씨) 만들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봐도 좋은 것이다.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거의 필연적이라고 해도 좋다.
관계(关系:꽌씨)의 좋은 점 역시 상당히 많다.
한번 튼 거래가 평생을 간다거나 안면 하나로 상당한 액수의 사업 자금 융통이 가능한 것은 중국식 관계(关系:꽌씨)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관계(关系:꽌씨)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최악의 경우에는 공정해야 할 경쟁이나 게임의 룰을 왜곡시키는 폐해까지 종종 유발하기도 한다.
북경대학(베이찡따쒸예) 경제학과의 오경련(吴敬琏:우찡리엔)교수같은 중국의 일부 학자들이 "매년 구호만 요란한 부패와의 전쟁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관계(关系:꽌씨)와의 전쟁을 확실하게 전개, 이 문화를 뿌리뽑으면 중국은 부패 적은 사회, 공정한 게임의 룰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면 하기 어려운 말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 당국 역시 관계(关系:꽌씨)의 부작용을 모르지 않는다.
최근 인치보다는 법치를 강조하면서 각종 법규의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다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골수에 박힌 생활 습관이 된 관계(关系:꽌씨) 문화를 일거에 뿌리뽑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경련(吴敬琏:우찡리엔)교수가 말했듯 부패와의 전쟁에 기울이는 이상의 노력을 경주해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딱히 이거다 하고 적시할만한 명확한 실체가 없는 관계(关系:꽌씨) 문화가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린 상황은 아닌 듯 하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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