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중국 친선대표단을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회양옥(回良玉:훼이량위)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친선대표단은 지난 10일부터 5박6일간의 북한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했으나 북한과 중국의 관영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의 대표단 면담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중국 대표단이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고만 짧게 보도했으며, 중국 신화통신도 김 위원장과의 직접 면담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방북 대표단의 귀국 소식만 간단히 전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친선대표단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난 4월 방북한 조강천(曹刚川:차오깡촨) 중국 국방부장(장관)에 이어 연거푸 중국 고위 인사 면담을 '기피'한 셈이 된다.
특히 이번에 중국측이 김 위원장 면담을 사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데다가 호금도(胡锦涛:후진타오) 주석도 지난 11일 방중한 북한 친선대표단 단장인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접견한 만큼 김 위원장과 중국 대표단과의 면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왔다.
미국의 금융제재 속에서 어느 때보다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긴요한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면담을 기피했다면 복잡한 속내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만나지 않았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 압력이 거세진 상황에서 6자회담 복귀문제 등에 대해 중국이 원하는 입장을 대답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별한 '선물'이 없는 상태에서 북중 양측 모두 입을 수 있는 부담을 피하자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면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 복귀를 원하는 중국의 요구를 김 위원장이 직접 거부하는데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고, 중국 역시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한데 이어 북한의 6자회담 즉각 복귀 노력마저 실패한 데 따른 체면손상 등의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예 면담을 하지 않는 것이 양측이 최대한 부담을 피하는 고육지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경우) 지도자가 외국 방문단을 접견하면 반드시 방문 성과를 담은 선물을 주는 것이 관례"라면서 "만일 이번에 안 만났다면 방문단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6자회담 복귀와 미사일 발사유예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중 양측이 언론에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비공개 면담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은 비슷한 경우 구체적 내용은 소개하지 않지만 면담 사실은 공개해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과 중국 대표단의 면담 소식이 뒤늦게 확인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중국 대표단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갖고 왔다고 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모든 의문은 중국대표단이 귀국 후 방북활동에 대한 내부 보고가 이뤄지고, 관련 소식이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에 전해지면서 하루 이틀 내에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