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北京:베이찡) 서쪽 학원로(学园路:쒸엔위엔루)의 북경사범대학(北京师范大学:베이찡쓰퐌따쒸예) 내 교내 목욕탕 앞.
한 학생이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황급히 되돌아 나온다.
뒤따라 가던 친구가 의아한 듯 쳐다본다.
이 학생은 "카드가 없다(没卡:메이카)!"라고 외친 뒤 기숙사로 뛰어간다.
한데 목욕하는 데 카드는 왜 필요한 걸까.
목욕탕 안에 한번 들어가 보자.
풍경이 좀 이상하다.
수도꼭지.샤워기, 심지어 변기에도 카드 판독기가 달려 있다.
한 학생이 샤워기 앞에 선다.
카드를 판독기 위의 홈을 따라 긁어 내린다.
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다시 카드를 긋자 물이 멈춘다.
학생은 비누칠을 한 뒤 다시 카드를 긋고 몸을 닦는다.
수도꼭지도 마찬가지다.
카드를 그어야 물이 나온다.
심지어 변기의 물을 내릴 때도 카드를 쓴다.
"절수(节水:찌예쉐이)는 별것 아니다. 지엽말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의 자원이 풍부해진다."
북경사범대학(北京师范大学:베이찡쓰퐌따쒸예)의 교내복지담당관 호(胡:후)씨의 말이다.
그가 전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이 부족한 갈수기인 여름엔 교내에 수돗물이 끊기는 경우가 잦았다.
목욕을 하기가 어려웠음은 물론이다.
고질적인 물부족 때문이다.
북경(北京:베이찡)은 건조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니까.
그래서 도입한 제도가 카드제다.
1전(毛:마오/12원)에 1분간만 물을 쓰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의 부담은 크지 않다.
그러나 돈을 낸다는 생각이 학생들의 절약을 부추겼다.
"옛날엔 머리에 비누칠할 때도 물을 잠그는 법이 없었다. 양치질할 때도 물은 콸콸 흘렀다. 그러나 카드제를 도입하고 난 뒤에는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비록 크지 않은 돈이지만, 일단 돈이 연관되자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학기당 대략 1만6000 t의 수돗물이 절약될 것으로 추산된다."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베이찡칭니엔빠오) 등 중국 언론이 전한 북경사범대학(北京师范大学:베이찡쓰퐌따쒸예) 교무처의 공식 발표다.
중국인의 칭찬이 잇따르자 다른 대학들도 앞다투어 북경사범대학(北京师范大学:베이찡쓰퐌따쒸예)을 본받기 시작했다.
모든 물 공급 장치에 카드 판독기를 달았다.
대학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물이 여름에 부족하긴 하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 물을 공급하지 못할 만큼 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학생들에게 돈을 받아야 할 만큼 곤궁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럼 왜 카드 판독기를 단 걸까.
"중국은 물 부족 국가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이 사소하게 보이는 물부터 아끼기 시작하는 것, 이건 미래 지도자로서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