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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천하지대본(农者天下之大本:농쩌티엔쌰쯔따번)'을 외치던 국내 종자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나라 경제가 도산할 위기 상황에서 종자산업이라고 온전할 리가 없었다.
국내의 토종 종자업체는 외국의 메이저 종자기업에 팔리는 운명을 맞고 '한국의 고유종자'라는 말은 의미를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종자산업 자본은 새 시대 열기에 골몰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휩쓸고 간 지 7년째, 이들은 중국시장에서 다시 일어서고 있다.
다국적 종자산업의 국내 진입으로 국내시장 지키기가 무의미해져버린 상황에서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한 새로운 종자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 산동성(山东省:싼똥성) 청도시(青岛市:칭다오쓰) 관할의 내서시(莱西市:라이씨쓰).
이곳은 중국 수출농산물의 대표적인 산지 중 하나다.
내서시(莱西市:라이씨쓰)에는 매년 5월만 되면 수확을 앞둔 '백옥춘(白玉春:빠이위춘)'이라는 이름의 봄무로 온 들이 뒤덮인다.
이곳에서 생산된 무는 북경(北京:베이찡)과 천진(天津:티엔찐) 청도(青岛:칭다오) 대련(大连:따리엔) 등 중국의 환발해만(环渤海湾:환뽀하이완) 주요 도시를 휩쓸고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도 가공 수출된다.
내서시(莱西市:라이씨쓰)뿐이 아니다.
산동성(山东省:싼똥성) 전역과 남쪽으로는 운남성(云南省:윈난성), 북쪽으로 내몽구자치구(內蒙古自治区:네이멍구쯔쯔취)에 이르기까지 백옥무는 중국 전역에 퍼져 있다.
중국 농민 사이에서 '백옥춘(白玉春:빠이위춘)'이라는 말은 무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작은 도시의 재래시장에 무를 사러온 아낙네도 '무 달라'고 하는 대신 '백옥춘(白玉春:빠이위춘) 달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무를 사먹는 중국인도 '백옥춘(白玉春:빠이위춘)'이 한국의 종자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에 상륙하는 한국 종자산업='백옥춘(白玉春:빠이위춘)'이 전 중국으로 확산하면서 상당수의 중국 중상류층은 이제 한국 무를 먹고 있다.
돈이 없어 다국적 기업에 종자산업을 내줘야 했던 한국의 종자산업이 중국에서 '백옥춘(白玉春:빠이위춘) 신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백옥춘을 중국에 퍼뜨린 곳은 북경세농종묘(이하 세농)다.
이 회사는 국내의 농우바이오가 중국에 세운 현지법인이다.
중앙종묘 흥농종묘가 멕시코의 다국적 종자기업인 세미니스에 팔리고 서울종묘가 스위스 노바티스에 넘어가는 위기 속에서도 버틴 곳이 농우바이오다.
이 때문에 농우바이오는 동부한농 종묘사업부와 토종 종자산업을 지키는 마지막 자존심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세농종묘가 중국 북경(北京:베이찡)에 문을 연 것은 1994년.
이후 10여년이 지나면서 세농종묘는 중국 종자시장에서 '무시하지 못할 큰 손'으로 변하고 있다.
박상견 세농종묘 사장은 "중국의 종자시장이 농촌 인구와 면적에 비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중국 시장의 5% 안팎을 점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농종묘가 중국 시장에 씨앗을 뿌리면서 봄무가 없던 중국 시장에 봄무 재배 붐이 일고 있다.
세농종묘는 이 외에도 배추 종자인 사계왕(四季王:쓰찌왕)과 고추 종자인 세농청초(世农靑椒:쓰농칭쨔오), 토마토 가지 수박 참외 멜론 오이 호박 당근 종자를 중국 농촌에 대량 공급하고 있다.
특히 '개량신흑전 5촌'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근은 중국을 휩쓸던 일본 당근을 몰아내고 중국을 석권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세농종묘 외에도 국내의 작은 종자기업들도 한국의 종자로 중국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현대종묘다.
현대종묘는 외환 위기를 전후해 외국 기업에 넘어간 서울·중앙종묘와 동부한농의 직원들이 만든 기업이다.
개척정신 하나로 중국 시장에 뛰어든 현대종묘는 고추 종자에 관한 한 중국시장의 1인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종묘의 고추 종자인 아평(雅坪:야핑)과 한광(韩光:한꽝)은 중국 동북부의 길림성(吉林省:찌린성)에서부터 내몽구자치구(內蒙古自治区:네이멍구쯔쯔취) 운남성(云南省:윈난성) 섬서성(陕西省:산씨성) 감숙성(甘肃省:깐쑤성) 등 중국 전역에서 위탁 생산되고 있다.
현대종묘는 지난해에만 600t의 고추를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 수출했다.
윤희탁 현대종묘 이사는 "중국은 한국 종자산업의 회생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종자전쟁=중국은 농업 대국이다.
13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 농업이다.
중국의 연간 농업생산량은 1680억달러.
중국 내 농산물 값이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 농산물의 5분의 1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윤희탁 이사는 "이 점만 놓고 봐도 중국의 종자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는 전 세계 종자 메이저들이 진출, 치열한 시장 싸움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에 근거지를 둔 세미니스와 일본의 사카타와 다키 도키다, 유럽의 신젠타와 눈헴 리마그렌, 이스라엘의 하제라 등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종자기업은 모두 중국에 진출해 있다.
중국시장에서 가장 맹위를 떨치는 곳은 세미니스다.
세미니스의 중국 종자시장 점유율은 22.86%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내 종자시장 규모는 아직 20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박상견 사장은 이에 대해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종자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며 "중국 내 종자시장에서 이기느냐, 지느냐 여부는 한국 농업의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무한대로 커지는 중국시장에서 얻어지는 고부가가치를 통해 한국농업 경쟁력의 기반인 종자산업의 전열을 새로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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