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임효재(65.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5일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03년 말 정부 관계자가 학계 인사들과의 대책회의에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될 상황이므로 도와야 한다'고 강력히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정부의 저자세가 오늘의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2003년 말 광개토대왕비와 장군총을 자신들의 문화재라며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듬해 7월 등재에 성공했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
-대책회의가 열리게 된 경위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해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학계가 아우성을 쳐 2003년 12월 말 회의가 열리게 됐다. 이창동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주재로 외교통상부.교육인적자원부.문화재청 담당자들과 학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어떤 얘기가 오갔나.
"외교부 장관을 대리해 참석한 담당 국장이 '이 문제(동북공정)에 시비를 걸면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문제 삼지 말자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입장이었다. 외교부 국장은 '중국 농산물에 대한 무역 의존도도 높고, 북한이 고구려 고분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하는 만큼 주변국인 중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중국을)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속 대책 회의는 없었나.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를 연구하는 기구는.
"없다. 학계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정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2004년 3월 고구려재단을 만들었는데 올 8월 31일 동북아시아 연구재단으로 흡수됐다."
-TV방송에서는 요즘 고구려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붐인데.
"2004년 광개토대왕비와 장군총 등이 중국의 역사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됨으로써 고구려사는 전 세계에 중국사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뒷북치듯 갑자기 드라마들이 나오는 것 또한 국내 여론무마용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동북공정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동북공정은 만주.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모두 중국의 옛 영토였기 때문에 중국사로 연구해 역사적 당위성을 찾은 뒤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논리다. 역사를 잃은 민족은 결국 영토도 빼앗긴다. 13세기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은 문화재와 역사 기록에 소홀해 오늘에 이르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일단 광개토대왕비와 장군총이 중국만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중국 당국이 이제는 한국의 학술 방문도 불허해 지난해 관광객으로 그곳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