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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상하이탄 <37회>:재서와의 상봉은 물거품이 되고…
북경시간: 2006-09-09 03:36:05 
 

옥환은 기가 막혔다. 그녀는 바로 코앞에 닥친 것으로 확신해 마지 않은 재서와의 상봉이 성사 직전 돌연 물거품이 되리라고는 진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30세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 지극히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그녀에게 만날 듯 말 듯 하다가 서로 엇갈리는 연인들의 황당한 운명은 유치한 3류 멜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현실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쉬움과 재서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돼 그녀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었다.

   
  ▲ 그림=이용호 화백  
 
옥환은 계속 호텔 정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왕푸징에서도 비교적 이름 있는 호텔에 속하는 화차오(華僑)호텔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로비에서부터 오고가는 손님들로 무척 붐비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 하빙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하빙은 약속 시간이 20분이나 지났는데도 좀체 모습을 보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거리상으로도 다소 먼 차오양구 왕징(望京)의 집에서 오느라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는 왕푸징이 가장 붐비는 황금 시간대라 해도 좋았다. 주변 호텔의 커피 숍에서 만날 약속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샤오환!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애가 어찌나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지 애 먹었어"
옥환에게 하빙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녀가 느긋하게 기다리자는 포기 비슷한 결정을 내리고도 약 5분이나 더 지나서였다. 하빙이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모습을 드디어 나타냈다.
"무슨 말을, 어서 앉아"
하빙의 등장은 다소 침울한 옥환의 얼굴을 활짝 펴게 했다. 어제 저녁 갑작스런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만났으면서도 다시 얼굴을 보는 것이 반가운 듯 했다.
"별 일 아니겠지? 혹 나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까. 아니면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거나. 휴대폰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없는 모양이니…"

그녀는 하빙이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용건부터 꺼내는 것이 미안했으나 경우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자신은 재서의 행방불명에 애가 타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샌 터였다. 겨우 하루만에 그녀의 얼굴이 안쓰러울 지경에 이르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별 일 아닐거야. 외국인에 유학생인 사람이 별 일이 있으면 우리 경찰이 바로 난리 나지 않겠어.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든 상황도 알 수 있을 것이고"
하빙은 당사자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옥환보다는 재서의 행방불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친구의 옛 애인이 전화를 걸어오자마자 끊은 다음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사실이 이상하고 찜찜하기는 했으나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으리라는 생각은 하기 싫었다. 그건 좋은 의미이든 아니든 어쨌든 세계 최고의 경찰 국가인 중국에 대한 모독이기도 했다. 

"그러면 지금쯤 연락이 와야 하는 것 아냐?"
"음, 그래야… 하겠지…"
"늘상 진지한 사람이라 장난을 쳐도 이렇게 상황을 황당하게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정신 없이 곯아떨어져 있어 그런가? 술을 워낙 좋아하니까"
"……"
"아니야, 아닐 거야. 그렇다면 전화를 걸어오지도 못했을텐데…집에 없는 것도 100% 확실해 보이고"
"……"
"말좀 해봐, 샤오빙! 뭔가 이상한 것 아냐"
"그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아무래도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들지, 샤오빙 너도?"
"……"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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