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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차이나 > 중국참여란 > 소설  
황혼의 상하이탄 <44회>:벤츠 S600이 청푸루를 막 지날 무렵이었다
북경시간: 2006-09-09 03:58:24 
 

여경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종일관 잔잔히 흐르던 미소가 언제 그랬느냐 싶게 사라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냉정을 회복, 재서가 더 이상 난동을 부리지 않도록 뒤에서 그를 꽉 껴안았다. 경찰로서의 직업 의식의 발로에 따른 부득이한 행동의 결과일 수 있었겠으나 얼핏 볼 경우 연인들이나 취할법한 묘한 자세가 연출되고 있었다. 재서는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성이 다른 경찰과 피의자가 만들어내기에는 왠지 부적절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 몹시 민망했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괜찮은 여경찰의 은은한 체취와 풍만함이 풍겨주는 짜릿한 느낌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었다. 웬일인지 갑자기 성욕도 솟아나고 있었다. 사람이나 짐승이 궁지에 몰릴 경우 엉뚱하게 성적 본능이 강하게 발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진짜 사실인 모양이었다.

   
  ▲ 그림=이용호 화백  
 
묘한 것은 여경찰의 태도였다. 재서가 더 이상 난동을 부리지 않겠다는 몸짓을 잠시후에 보였음에도 불구, 계속 그를 껴안은 팔의 힘을 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얼굴을 그의 등에 깊숙하게 묻는등 더욱 몸을 밀착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여자가 봐도 흡족해할만한 남자와 갑작스레 만들어진 스킨십의 분위기에 순간적으로 취해 자신도 모르게 상황을 즐기고 있을 개연성이 다분했다. 그는 황망중에도 그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이었으나 그는 경찰 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자 피의자를 심문하다 사랑에 빠진 어떤 총각 경찰의 순애보도 직접 목격하고 취재한 경험이 있었다. 생각이 엉뚱한 데에 미치자 그는 혹 이 여경찰이 천길 낭떠러지의 나락에서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쳐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언감생심 하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깊이 생각한 끝에 한 행동은 아니었으되 난동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직감이 갑작스레 그의 뇌리를  퍼뜩이나마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내 몸값이나 기술은 상당히 비싼데…만약에 찾는 분이 집 안에 계시거나 하면 나나 내 기술은 완전히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데요, 박사님! 그때는 어떻게 하실건가요?"
벤츠 S600이 재서의 집 부근 청푸루를 막 지날 무렵이었다. 옥환과 하빙의 뒷자리에 앉은 사내가 칼칼하게 갈라지는 것이 특징인 목소리로 차내의 오랜 침묵을 깼다. 그는 하빙의 남편이자 같은 경찰 계통에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방세오(房世傲)였다. 하빙이 열쇠 따는 기술은 최고라면서 필요할지 모르니 같이 데려가자고 해 중간에 벤츠 S600에 동승, 함께 재서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차에 올랐을 때부터 모르지는 않았으나 좋은 것이 좋다고 가능하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가자마자 8년만의 상봉 파티라도 열어야지, 뭐. 우리는 들러리를 서고"
하빙이 남편의 말을 밉지 않게 받아쳤다. 그녀도 남편이 옥환의 마음을 달래려 좋은 방향으로 굳이 농담을 하려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연히 기대에 부풀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그녀의 판단이었다. 만약 그랬다가 재서가 만에 하나 유고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닥칠 옥환의 낙담은 감당하기 어려울 터였다.

옥환이 아직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웠다. 하빙 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워 착 가라앉은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백미러로 자신은 나쁜 머리와 고지식한 성격 탓에 베이징 경찰학교 졸업 이후 승진을 거의 못해 6년 후배인 부인보다 계급이 낮은 싼지(三級)징두라는 방세오를 가만히 살펴봤다. 지난 1960년대 중반에 시작해 약 10여년동안 전 중국 대륙을 휩쓴 문화대혁명의 와중에서 좌절한 지식인인 부친이 세상을 비웃는다는 뜻으로 이름을 아예 세오로 지어줬다고, 첫 대면에서부터 익살스런 웃음을 흘리면서 자신을 소개하던 사람 좋은 모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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