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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상하이탄 <45회>:"그럼 왜 경찰이 연행해 갔을까"
북경시간: 2006-09-09 03:59:37 
 

옥환은 그러나 자신은 한국 영화 투캅스에 등장하는, 째째하게 뇌물 부스러기 따위나 밝히는 전형적 부패 경찰이라는 그의 자조섞인 농담에는 전혀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의 가장 뛰어난 친구중 한명인 하빙의 남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무능력한 것은 몰라도 부패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으로 인해 무거워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소 오버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입을 열었다.

   
  ▲ 그림=이용호 화백  
 
"그래요! 아예 즉석에서 약혼식이라도 올리죠, 뭐. 그러면 그동안 경찰 생활하면서 적지 않게 모아두셨다는 돈도 좀 많이 푸셔야 해요. 헛수고하신 데에 대해서는 제가 나중에 우리 쉬꺼한테 말해 충분히 정신적, 물질적으로 보상해주도록 하구요"
"허허허! 좋습니다. 그 정도야 못하겠습니까?  아무튼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그 분을 빨리 만나야겠네요. 자, 그럼 속도를 좀 더 내 보시죠, 박사님! 어째 그 분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방세오가 옥환의 농담에 껄껄 웃었다. 분위기가 조금 전과는 달리 환해지고 있었다. 옥환은 벤츠 S600의 엑셀러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차는 다소 풀어진 그녀의 마음처럼 시원스럽게 앞을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방세오에게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재서의 집 문을 따는 것은 식은죽 먹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은 못같은 것을 손잡이 근처의 구멍에 넣어 몇 번 간단하게 휘젓자 문이 덜커덩하는 소리를 냈다. 하빙의 칭찬인지 자조인지 모를 말대로 그가 자신의 특수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베이징과 인근 순이를 연결하는 징순루(京順路) 일원의 도로 순찰을 담당하는 차오양구 공안분국 쉰징(巡警) 5대(五隊)의 베테랑 간부 대원다웠다. 옥환은 그가 자신은 워낙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많이 처리해 찌그러진 자동차의 열리지 않는 문 정도 따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하던 자조섞인 말을 자동적으로 떠올렸다.

옥환은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재서의 집에 가만히 발을 들여놨다. 예상대로 집 저 안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재서의 체취가 묻어 있을 거실을 지나 침실인 듯한 딱 하나 있는 방도 열어봤다. 만에 하나 재서가 술에 곯아떨어져 자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은 역시 행복한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옥환은 다리에 힘이 갑자기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완벽한 실종! 그렇게 단정지을 수 밖에 없었다.
옥환이 실망 그득한 얼굴로 하빙 부부를 바라봤다. 재서의 실종과 관련한 단서를 찾았느냐는 간절한 무언의 질문이 읽혀지는 표정이었다.

이상하게 하빙이 옥환의 시선에 괴로운 눈치를 보였다. 옥환이 그 분위기를 놓칠 까닭이 없었다. 그녀는 괜찮다는 시늉의 고갯질을 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태도였다. 그 모습에 고무됐는지 하빙이 뭔가 결심한듯한 결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샤오환! 그 사람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정말 아닌 거야? 한국이나 독일에 있을 때 무슨 사고를 치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감이 안 좋아서 그래. 정말 무슨 사고 칠 사람은 아니지?"
"절대 아니야, 샤오빙! 그 사람은 독일에 있을 때도 보행 신호 한번 위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한국에서도 무슨 사고를 쳤을 사람이 절대 아니지. 더구나 신원 조회 같은 것에서 문제가 없어야 할 기자 생활을 했으면 특별한 질 나쁜 전과 같은 것이 있을 까닭이 없지 않겠어"
"그럼 왜 경찰이 그 사람을 연행해 갔을까?"
"뭐! 경찰?"

위태위태한 느낌을 주던 옥환의 얼굴이 하빙의 결정적 한마디에 드디어 일그러졌다. 얼굴 빛도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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