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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상하이탄 <46회>:벌써 10잔째였다…아무 말 없이
북경시간: 2006-09-09 04:00:56 
 

"그래, 경찰이야. 무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확실하지 않나 싶어. 희미하기는 하나 마루에 찍힌 발자국들을 봐, 한번. 크기는 조금씩 달라도 모양이 일정하잖아. 누군가들 단체로 들어와 그 사람을 강제적으로 데려갔다고 볼 수 밖에 없지. 경찰이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하겠어. 반항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그런 추론을 가능케 하고"

   
  ▲ 그림=이용호 화백  
 
하빙이 거의 식별이 불가능해 보이는 집 마루의 신발 자국인가를 가리키면서 재서의 부재를 경찰과 연관시켰다. 말에서는 베이징 경찰학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생다운 자신감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어…떻게…해!"
"우선 이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CCTV를 한번 보자고. 그런 다음에 대책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거야, 샤오환"

하빙이 급기야 휘청거리는 옥환을 부축한 채 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세오가 그 뒤를 낙담한 표정을 한 채 가만히 따랐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부인의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집 안을 한번 휘둘러본 후 모든 상황을 대강 파악한 부인의 뛰어난 동물적 수사력에 감탄했으나 그녀의 얼굴이 이상하게 전에 없이 어두워 보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결혼 5년이 지났음에도 그의 마음 속에 하빙은 여전히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도저히 양립하기 어려운, 정숙한 현모양처와 빈틈 없는 캐리어 수퍼우먼이 동시에 될 수 있는 무결점의 완벽한 바로 그런 여자로 계속 남아 있었던 탓이다. 그건 부부간에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하기 어려운 무작정의 환상과 신뢰에 다름 아닐뿐 아니라 깨질 경우 엄청난 상처와 좌절을 안겨줄 가능성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이같은 불행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는 아예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여자가 아무 말 없이 술잔의 술을 스트레이트로 들이켰다. 벌써 10잔째였다. 별로 취하지도 않아 보이는 것이 주량이 보통 아닌 듯 했다. 그녀의 술잔에 다시 술이 가득 채워졌다. 만만치 않은 고급 양주에 속하는 발렌타인 21년산이었다.

여자는 뭔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술잔에 술이 빌 틈이 없었는데도 계속 술병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자세가 안정적인 것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다. 그녀가 자신의 양 옆과 앞에 바짝 다가 앉은, 하나같이 20세를 갓 넘었을 주위 5명의 남자들에게 별로 성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상황이었다.

"룽졔! 이제 좀 화끈하고 재미 있게 놀아봐요. 그렇게 술만 미친듯이 마시지 말고. 오늘은 어째 평소의 룽졔답지가 않네요? 우리는 뭐 괜히 부른 거예요, 뭐예요?"
넓은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어색한 침묵은 그녀가 다시 발렌타인 한잔을 더 들이켰을 때 깨졌다. 남자들 중의 가장 연장자인 듯한 20대 중반의 까만 양복 차림의 남자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뭐 필요한 것이 없느냐는 눈치를 보였다. 시키기만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겠다는 적극성이 물씬 묻어나는 말투였다.

"그냥 술이나 따라. 오늘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야. 몸도 영 피곤하기도 하고"
룽졔(蓉姐)로 불린 여자가 중국어 은어로 야디엔(鴨店)으로 불리는, 호스트 바의 룸이 틀림없는 느낌을 주는 호화스런 실내를 죽 훑어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에게 지금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젊은 남자들보다는 술이라고 느끼는 눈치였다. 그녀는 희덕의 애인 완용이었다. 그녀의 주위 남자 5명은 말할 것도 없이 웬만한 연예인들도 울고갈 정도로 미남들인 야즈(鴨子), 다시 말해 오리라는 은어로 불리는 호스트들이었다.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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