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평소에 짓궂을만큼 온갖 엽기적 쇼를 강요하면서 자신들을 괴롭혀온 완용이 오늘따라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으나 감히 왜 갑자기 그러는지를 물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베이징의 호스트 바는 뿌려지는 팁의 단가가 센만큼 여자 고객들의 권위 역시 절대적이어서 고객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노력들이 주로 요구됐을 뿐 왜냐라는 적극적인 의문이나 안된다는 거부의 몸짓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 |
 |
|
| |
▲ 그림=이용호 화백 |
|
| |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요, 룽졔! 대신 너무 많이 취하지는 말도록 해요"
까만 양복이 남자 고객에게도 그럴까 싶게 명령을 잘 받들어 모시겠다는 표정으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 주위의 4명 남자들에게 확실하게 서비스하라는 은근한 눈짓과 함께였다. 소년이라 해도 괜찮을 남자들은 일반 남자 술꾼들이 출입하는 가라오케의 마담에 해당할, 은어로는 야디에(鴨爹)인 까만 양복의 지시가 떨어지자 완용 쪽으로 더욱 바짝 다가앉았다. 바로 옆의 두명은 그녀의 두손을 자신들의 사타구니께에다 슬그머니 끌어대고 있었다.
"저도 한잔 줘요, 룽졔"
완용의 왼쪽에 앉은 코털 숭숭한 짧은 머리가 누가 봐도 밉지 않을 애교를 부리면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파고들었다. 완용은 가만히 그를 안는 시늉을 했으나 별로 감동을 받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녀는 말없이 술병을 들어 그에게 한잔을 따랐다. 그가 조심스럽게 한잔을 마신후 다시 그녀에게 잔을 돌려줬다.
"최근에 너희들 세계가 별로 조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들은 것 없어, 아핑"
완용이 이른 오후부터 호스트 바를 찾아 남자를 무려 5명이나 앉혀놓은 것은 단순히 술 맛을 한껏 돋우기 위한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핑(阿平)으로 불린 짧은 머리에게 자신들끼리만 통할 법한 질문을 하는 모습이 어째 그래 보였다.
"글쎄요. 저야 룽졔가 언제나 오셔서 저를 손봐주나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라 최근에는 밖의 소식은 잘 모르는데요"
짧은 머리는 큰 키에 시원스럽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웬만한 여자 뺨치는 수단을 가진 애교 만점의 사내가 분명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어지간한 여자는 그대로 녹여버릴 교태가 묻어나고 있었다. 완용은 하지만 반드시 농담이라고 하기 어려운 그의 애교를 받아줄 한가한 상황에 있지 않는 것이 진짜 확실해 보였다. 그녀는 뭔가 결심한 듯 핸드백에서 100위안(元)짜리 돈다발 한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아무리 안 돼도 최소한 1만위안은 돼 보였다. 베이징의 일반 가라오케의 팁이 300위안, 비밀 호스트 바의 팁이 보통 1000위안이었므로 상당한 액수에 해당했다. 5명이 나눠가지더라도 1인당 2000위안은 거뜬했다.
"헤헤! 고맙습니다, 룽졔. 내일 아침까지 풀로 봉사할테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시죠"
돈의 위력은 과연 대단했다. 짧은 머리의 자세는 아예 비굴한 느낌을 줄 정도로 변해 있었다. 간이라도 빼줄 수 있다는 투철한 봉사 정신이 그럴까 싶었다. 돈이면 귀신에게도 연자방아를 돌리게 한다는 중국 속담은 진짜 정곡을 찌른 것이 분명했다.
"농담은 이제 그 정도로 해두고…그래 근래 들은 무슨 소문같은 것들이 없어?"
완용이 좌중을 향해 눈을 찡끗했다. 더 이상 농담하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이었다. 짧은 머리는 곧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조용히 입을 움직였다. 그는 처음 나타날 때부터 평소답지 않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 완용이 왜 돌연 베이징 밤 세계의 근황에 대해 다 알고 싶어하는지가 몹시 궁금했으나 얼굴에 그런 표정을 굳이 나타내지는 않았다.
(황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