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팡궁 빌라촌에서 함께 늦은 점심을 한후 근처 골프장으로 달려온 60대 노년의 사나이 황등해(黃騰海)회장과 50대 후반의 등초린 베이징시 공안국 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우 200야드 남짓한 짧은 드라이브 거리에 캐디들이 매홀마다 연신 "나이스 샷!"을 연발하자 시원스런 파안대소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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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용호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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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사람의 골프 실력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동반한 40대의 중국 차세대 정계 유명주 왕희발(王希發) 베이징시 부시장이나 건설회사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포시즌(Four Season)의 우원(于媛)회장이 드라이브로는 평균적으로 20-30야드 더 나갔으나 성적은 거의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파 4짜리 홀을 예로 들면 두 번째 샷이 좀체 그린에 올라가는 경우가 없었으나 파를 그야말로 밥먹듯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두사람은 서드 샷 어프로치를 정확히 홀 컵에 가져다 붙인 다음 거의 신기에 가까운 퍼팅으로 성적을 올리는 이른바 노인 골프의 달인이었다. 특히 황회장은 퍼팅에 관한 한 단연코 발군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3-4미터 정도의 퍼팅은 거의 50% 이상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가 당당한 몸집의 여장부 스타일이기는 하나 어쨌든 여자인 우원회장의 존재에도 불구, 동반 골퍼들에게 종종 천진난만한 웃음을 숨기지 않은 채 자신은 뭔가 집어넣는 데에는 천재적 소질이 있다는 진한 농담을 하고는 했던 것은 단순한 익살만은 아닌 듯 했다.
"나이스 버디!"
황회장은 357야드 거리의 짧은 17번째 홀에서는 아예 버디를 기록하고 있었다. 200야드 남짓한 드라이브를 세컨드 샷으로 절묘하게 그린 에지에 가져다 붙인후 롱퍼팅을 가볍게 성공시킨 것이다. 캐디들의 박수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황회장은 그러나 파5의 마지막 홀에서는 캐디들의 박수 갈채가 무색하게 드라이브 샷을 오른쪽 러프로 날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싱글 골퍼가 확실한 실력에 어울리지 않는 실수였다. 캐디들은 당연히 아쉬운 탄식을 잇따라 터뜨렸다. 하지만 나머지 동반 골퍼들은 달랐다. 남의 불행은 마치 나의 행복이라도 한 듯 황회장이 진짜 버디 값을 멋들어지게 한다면서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었다. 네사람은 적지 않은 판돈이 걸린 내기 골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것은 두번째로 날아간 등초린국장의 드라이브 샷이었다. 황회장의 공이 향한 쪽과 거의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페어 웨이가 유난히 넓은데다 짧은 비거리 탓에 오비(OB)가 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면 왕희발부시장과 우원회장의 마지막 드라이브 샷은 위태위태한 보기 플레이어답지 않게 길고도 정확했다. 특히 우원회장은 40대 후반의 여자치고는 거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나이로는 대여섯살이나 더 많음에도 왕희발부시장에 약간 못 미치는 무려 240야드 전후의 장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녀가 굳이 여자 전용 레드 티를 마다하고 3명의 동반 남자들과 함께 화이트 티에서 드라이브 샷을 한 데에는 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려나 왕희발부시장과 우원회장 두사람의 얼굴에는 만족스런 웃음이 동시에 가득 차고 있었다. 내기가 사람을 어린 아이처럼 만든다는 골프계의 속설은 확실히 사실인 듯 했다. 두사람은 황회장과 등초린국장이 자신들 모르게 뭔가 중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사전 약속하에 드라이브 샷을 비슷한 방향으로 날렸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허, 대단하군! 화끈한 성격대로야, 안 그런가 덩국장?"
황회장은 세컨드 샷을 위해 페어 웨이 오른쪽 러프로 걸음을 옮기다 말고 바로 옆 등초린국장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쿡쿡 찔렀다. 눈길은 정확한 장타에 기분이 좋아져 페어 웨이로 날아갈 듯 달려가는 우원회장에게 고정시킨 채로였다. 표정에 여자치고는 어마어마한 장타인 우원회장의 여걸풍 위세에 질린 느낌이 은근하게 엿보이고 있었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