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빙은 자석에 스르르 끌려가듯 남자에게로 힘없이 다가가는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다. 허나 방법이 없었다. 10여년전 베이징 경찰학교 입학 이후부터 그에게 그렇게 습관적으로 길들여져온 데에야 별다른 뾰쪽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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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 이용호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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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런 하지 않아도 될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그래. 일이야 아래 직원들이 대충 다 알아서 할 거 아냐"
남자가 하빙을 무릎에 턱하니 앉힌채 이죽거렸다. 여자를 다루는 솜씨가 카사노바나 돈 후안, 소설 금병매(金甁梅)의 주인공 서문경(西門慶) 뺨치는 대단한 프로라는 사실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었다. 양손 역시 이미 그녀의 가슴과 치마 속 단전 아래의 하복부를 쉬지 않고 열심히 더듬거리고 있었다. 잘 생긴 얼굴이 굉장히 천박스럽다는 느낌을 주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루이꺼! 아, 그만…그만…"
하빙은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었다. 아예 처음부터 남자에게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던 마음과는 달리 몸이 급속도로 달아오른 것이다. 그녀는 곧 자신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은 자학적 욕구를 뒤로 한 채 몸이 명령하는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빙이 루이꺼(瑞哥)로 부른 남자는 그녀의 몸과 성적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마구 자신의 얼굴과 목덜미를 애무하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채 처음부터 공략한 가슴과 단전 아래등 그녀의 주요 성감대만 집중적으로 압박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오르가즘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빙이 완전히 무너지는 데에는 겨우 5분여의 짧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녀가 남자에게 성적으로 너무나도 잘 조율돼 있다는 얘기였다. 그녀는 서둘러 사복 차림의 옷을 훌훌 벗어던진 다음 옆의 침대로 쓰러지듯 누웠다.
순간 남자의 눈두덩 부분이 움찔하고 있었다. 눈부신 나신이 남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이다. 1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몸을 지겹도록 부딪쳐봤으면 식상하기라도 했으련만 그는 별로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그 점에서 볼때도 완전 별종이라 해도 좋았다.
"역시! 명불허전이야! 대단하군, 대단해! 경찰학교 다닐때 머리에 피도 안마른 젊은 학생 자식들이 왜 유독 샤오빙 너한테만 침을 질질 흘리고 다녔는지 이제 알만 하군"
남자가 하빙의 나신에서 눈을 뗄 생각도 하지 않고 연신 감탄사를 토해냈다. 언행에서 뭔가 약간의 변태적인 성적 취향이 있지 않나 하는 분위기를 맘껏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는 이를테면 관음증(觀淫症)적인 성벽(性癖)을 미약하게나마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음, 싼웨이는 웬만한 처녀들보다 훨씬 낫군 그래. 나 혼자 감상하기 정말 아깝다, 아까워!"
남자는 하빙의 뒤쪽 나신이 궁금한지 그녀의 몸을 서둘러 돌려눕혔다. 전면의 나신과는 또 다른 아찔한 매력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가슴과 허리, 엉덩이 부분을 지칭하는 이른바 싼웨이(三圍)의 굴곡 심한 풍경에 완전 압도돼 연신 터뜨린 찬사는 정말 공연한 수사가 아니었다.
"아, 아!"
하빙은 남자가 자신의 나신 감상에 무려 10여분을 더 투자한후 뒤로 진입해왔는데도 황홀한 듯 가쁜 신음을 토했다. 활화산같은 뜨거운 몸이 따로 없었다. 남자 역시 눈으로 충분히 자극을 받았는지 곧바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두사람의 열락에 겨운 신음은 약 10여분동안이나 계속됐다. 남자는 프로답게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동안 몇 번이나 체위를 바꿨다. 하빙의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휴…"
남자가 낮게 신음을 토했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격렬하게 치르던 전쟁이 이제 끝났다는 뜻이었다.
(홍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