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배운 사람"과 "못배운 사람"이 있습니다. 못배운 사람들은 배운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속칭 "가방 끈"도 길고 아는 것도 많아 부러워하고 존경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경우인지 우리나라의 경우 배운 사람이 못배운 사람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존경은 커녕, 비난의 대상으로 사회의 괴리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류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럼 왜 존경받아야 할 배운 사람들이 우리사회에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비난과 조소를 받을까요? 이 문제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벌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벌을 중시합니다. 학벌은 마치 사회의 신분을 대표하듯 "학벌=신분"이란 관념이 사회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라면 자신의 자식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과거 부익부ㆍ빈익빈이 심하지 않은 때는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를 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심지어 돈으로 학벌을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학력위조”는 이런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풍토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못배운 사람들보다는 배운 사람들이 사회에서 지위와 부라는 자원을 독점(?)합니다. 사회의 자원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심지어 기회조차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배운 사람들은 "지위"와 "부"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전반에서 각종 제약을 통해 못배운 사람들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조화와 화합의 사회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사회를 위해 기여하기 보다는 없는 자들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란 있는 자만 사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지위와 부만 있으면 권력이 주어지고 거의 모든 것을 독점하는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치 미친듯이 그것을 추구합니다. 배운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사회를 위해 공헌하기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전력투구하며, 심지어 못배운 사람들을 속이기까지 합니다. 이점은 우리나라가 왜 아직 선진국의 대열에 들지 못하고, 그들의 지식계층과 근본적으로 다른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시민의식을 잃고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가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사기도 알아야 친다"는 말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사회풍토는 배운 사람이못배운 사람들을 위하는 사회가 아닌, 도리어 사회의 약자이며 보호를 받아야 할 우리의 일원을 사기(?)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사회가 이런 풍토이니 어찌 못배운 사람들이 배운 사람들을 존경하는 사회가 될 수 있겠습니까! 결국 "배운 놈들이 더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런 마음 아픈 풍토가 우리사회며, 이런 사회풍토에서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과연 이런 풍토를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할까요?
우리사회에서 배운 사람들이 왜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배운 사람"들이 사기(?)쳐서 잘되는 나라보다는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여하여 모두가 화합하며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배운 사람들이 사회를 위한 공정한 방법으로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어 존경받는 계층이 되었으면 합니다. 살기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 중에서도 배운 사람들의 책임이 큽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자랑스런 사회를 물려주었으면 합니다.
(김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