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나라 역사를 "반 만년 역사"라고 말합니다.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자칭하는데, 그것은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때부터 현재까지를 계산하여 대략 "반 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반 만년의 한국사 중에 우리민족에게 비극적이며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역사적 큰 사건(?)은 7가지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본인은 "한국사 중의 7대 비극"이라는 제목으로 요약했습니다. 과연 어떤 사건들이 어떤 의미에서 한국사에서 발생하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그 중에는 생각보다 의외라고 느끼실 사건도 있습니다.

   첫째, 427년 고구려 장수왕의 평양천도입니다. 이 사건(?)은 "7대 비극"중 가장 의외로 받아들여질 부분입니다. 고구려는 원래 지금의 중국 동북지방, 즉 만주에 건국된 대륙풍의 기마민족 국가였으며, 건국이래 만주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장수왕이 수도를 평양으로 천도하먼서 고구려의 중심이었던 광활한 만주가 변방으로 변해 갔습니다. 이후 고구려는 점차 만주보다는 한반도를 중시하는 반도국가로 변해갔고, 결국 고구려는 기마민족의 본질을 상실하고 멸망하게 됩니다. 고구려는 마땅히 남쪽으로의 천도가 아닌 서쪽으로의 천도를 했어야 합니다.

   둘째, 나당연합군에 의한 660년의 백제 멸망과 668년의 고구려 멸망입니다. 이 사건은 한국의 "삼국시대"를 종식시키고 통일한국을 이루었다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것보다, 외세를 끌여들여 같은 민족을 멸망시켰다는 점에서 역효과가 더 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창피한 장의 한 부분입니다. 신라는 외세를 끌어들인 댓가로 고구려 대부분의 영토를 상실하는 큰 손실을 보았고, 중국의 보호국으로 전락하는 민족의 자주성을 상실하는 역사적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을 직접적으로 반도국가로 전락시킨 치욕의 순간입니다.

   셋째, 926년의 발해 멸망과 발해를 우리나라에 편입시키지 못한 일입니다. 발해가 비록 다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왕조였지만, 고구려 이후 만주에 건국된 고구려의 정통을 이은 왕조였습니다. 발해가 멸망하면서 고구려 대부분의 영토를 확보했던 발해를 우리나라에 귀속시키지 못한 것은 만주를 지금까지 우리나의 영토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한 뼈아픈 사건입니다. 고구려ㆍ백제ㆍ신라라는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만주의 고구려를 잃었고, 발해ㆍ통일신라라는 "남북조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또다시 만주의 발해를 잃었습니다.

   넷째, 1135년 고려의 서경천도 실패입니다. 묘청 등이 중심이 되어 추진한 북진정책이 김부식 등의 사대주의 세력에 의해 서경천도가 실패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고구려와 발해가 멸망하면서 잃게 된 만주 회복에 대한 우리민족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기상을 말살하고,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말살한 사건입니다. 비록 이 사건 전후에 만주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 사전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진취적인 기상이 시들고 사대주의가 득세하면서 한국이 사대주의 사상에 결정적으로 빠지게 된 사건입니다.

   다섯째, 1592년에 발생한 임진왜란으로 조선왕조가 망하지 않은 점입니다. 외세의침입에 안 망한 것이 어떻게 비극이냐고 반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조선왕조는 외세인 명나라에 의해 목숨을 부지했고, 그후 조선왕조가 계속 존립함으로써 우리나라는 3백 여년 간 정체했습니다. 차라리 그 당시 조선왕조가 멸망하고 다른 왕조가 건립되었다면 목숨만 부지한 채 당쟁만 일삼으며 3백 년 간 정체한 조선왕조보다는 나았을 것입니다. 목숨만 부지한 조선왕조는 3백 여년 후에 같은 일본에 의해 멸망당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여섯째, 1910년에 일어난 "일한병합"입니다. 일반적으로 "한일합방"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가 병합된 "일한병합"입니다. 우리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송두리째 외세에게 국권을 빼앗긴 가장 치욕적인 사건입니다. 이 기간을 통해 우리는 많은 역사를 잃었고 민족의 정체정 또한 상실했습니다. 일본의 강점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었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국제사회에서 힘이 없으면 국가와 민족도 존재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여 영원히 읻어서는 안될 사건입니다.

   일곱째,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과 아직까지 통일하지 못한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비록 1945년 독립했지만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우리민족은 또 한번의 "신남북조시대"를 맞게 되었습니다. 3년 간의 전쟁을 치루고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단상태로 아직까지 대치하며 서로 간에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남과 북이 영토를 보존하며 통일된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북한(조선)이 중국에 흡수된다면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도 아닌 "반도 남단국가"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상의 "한국사 중의 7대 비극"이란 제목으로 우리나라 역사에서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부분에 대해 언급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와같은 과거를 통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위와같은 불상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역사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역사를 통하여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비극의 역사를 다시 밟는 어리석음보다는 역사 속에서 지혜를 배워 슬기롭게 행동하는 민족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