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표기법을 보면 실제 중국어 발음과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 '최영애·김용옥의 중국어 표기법'과 '중국어 한글 표기 방안 연구'가 추가 발표되면서 중국어의 한글 표기는 더욱 혼선을 빚고 있다.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면 대조표의 일부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어병음 'yuan'이다. 중국어 발음은 '위엔'으로 나지만 '대조표'대로 읽으면 '위안'으로 발음돼 중국인도 알아듣지 못한다. 언어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대안을 마련해 풀어나가는 것이 이치다. 중국어의 한글 표기가 혼란을 겪는 이유는 중국어를 '한국어식 표기법'이나 '영어식 표기법'으로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가장 긴 하천인 '장강(長江)'이란 단어를 보자. 한국에서는 대부분이 '창장(長江)'보다는 '양쯔장(揚子江)'으로 쓴다. 이것은 한국식 표현이다. 중국인들 가운데 90% 이상은 '양쯔장'이 어디인지 모른다. 또 '창장강'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영어식 표현 방법이다. 영어에서는 'Chang Jiang river'라고 표현한다.

이는 중국어 '장강'을 고유명사로 보고 거기에 'river'를 붙였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으로 인해 중국어의 한글 표기에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長江'의 발음을 살펴보면 長은 한어병음 'chang 2성'이고, 江은 'jiang 1성'이다. 정확한 한글 표기는 '창쨩'이 맞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ㅉ'이 음이 세고 듣기나 쓰기에 익숙하지 않다며 'jiang 1성'을 '쨩'으로 표기하지 않고 '쟝'이나 '장'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중국어의 한글 표기 원칙은 사실 간단하다. 한국식 관념을 버리고 발음나는 대로 표기하면 된다. 더 나아가 한국은 서양과 달리 한자문화권이므로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한자의 한국 발음을 함께 기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많은 한국 사람은 한자 발음을 모르고 바로 중국어 발음만 알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조금 번거롭지만 '한자발음(중국어발음)'의 형태로 표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표기할 때 호금도(胡錦濤:후진타오)로 표기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자 발음은 알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기성세대나, 중국어는 아는데 한자 발음을 모르는 신세대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올해로 한중 수교 15주년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중국인도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을 표준 표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대로 된 발음 표기법을 마련하는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앞으로는 각국 언어 간 통합 인터넷 검색 시대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표기법이 혼란스러우면 인터넷 자료 검색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엄청난 국가 자원의 낭비 사태가 초래된다. 이제 우물안 개구리식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어 한글표기법을 바로 세우자.